[중동혁명과 소프트파워] 알자지라에 치이고 CCTV에 밀리고 힐러리 ‘미디어 공공외교’ 자아비판

[중동혁명과 소프트파워] 알자지라에 치이고 CCTV에 밀리고 힐러리 ‘미디어 공공외교’ 자아비판

입력 2011-03-04 00:00
수정 2011-03-04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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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숙인 미국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정권 초부터 외교방향을 ‘소프트파워’ 구축으로 정했다. 군사력을 앞세운 하드파워 시대가 저물고 정보·문화와 같은 소프트파워가 국가경쟁력을 좌우하게 됐음을 간파한 것이다.

하지만 임기 후반에 접어든 지금 미국의 소프트파워가 경쟁력을 잃었다는 진단이 다른 누구도 아닌 힐러리의 입을 통해 나왔다. 2일(현지시간) 힐러리가 의회에서 내뱉은 진단을 곱씹어 보면 미국 외교의 위상과 고민을 확인하게 된다.

힐러리는 하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서 중국의 돈을 앞세운 ‘초청 외교’ 앞에서 갈수록 초라해지는 미국의 현주소를 전했다. 그는 “중국은 태평양 지역에서 엄청난 돈을 쓰고 있다. 반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피지나 파푸아뉴기니에 국제개발처(USAid·미국의 국제원조기관)의 깃발을 꽂고 있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힐러리가 정보 전쟁에서 졌다고 자인한 것도 충격적이다. 돌이켜보면 튀니지 민주혁명 이후 중동에서 미국이 보인 행보엔 결함이 있었다. 처음부터 사태의 향배를 제대로 예견하지 못하고 어정쩡한 자세를 보이다 뒤늦게 민심을 좇기에 바빴다. 민심에 밀착하지 않고 기존 관행에 안주하다 정보전에서 쓴맛을 본 것이다.

힐러리가 아랍권의 CNN으로 불리는 알자지라를 극찬하면서 미국 방송을 혹평한 것은 귀를 의심할 정도다. 알자지라는 9·11테러 이후 오사마 빈 라덴 등을 인터뷰하면서 명성을 떨친 탓에 미국인에게는 사실상 적국의 매체로 각인돼 왔기 때문이다. 힐러리는 진지한 뉴스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알자지라에 경박하기 짝이 없는 미국 상업방송은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힐러리 장관이 지적한 것은 결국 미국이 추진해온 ‘미디어 공공외교’가 중국이나 러시아에 밀리고 있다는 자아비판이나 다름없다. 상대국 정부뿐 아니라 상대국 대중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외교에서 뒤처지고 있음을 경고한 것이다. 미국이란 나라의 이념과 호감도를 높이는 일은 외교관뿐 아니라 각 정부기관, 개인, 비정부기구 등을 포괄한다. 특히 미디어 역할의 중요성은 강조할 필요도 없지만 미국이 중국에 뒤처지기 시작한 것에 대한 위기의식을 토로한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 출범 전 민주·공화를 아우르는 원로들로 구성된 스마트파워위원회는 스마트파워 활성화를 선언했지만 이라크·아프간 전쟁에 경제위기까지 겪으면서 이의 해결에 몰두하느라 결과는 답보 상태다.

힐러리의 토로는 최근 들어 미국의 입장을 대변하고 확산시킬 미디어의 전쟁에서도 밀리고 있음을 지적한 것이기도 하다. 미국의 언론매체들은 규모에서나 활동력에서나 중국의 CCTV, 신화통신 등에 이미 따라 잡힌 상태다.

힐러리의 문제 제기가 지금의 외교·정보 전쟁에서 밀리기 시작한 미국의 소프트 파워를 일신시킬 계기가 될지 아니면 단순한 자괴감의 표출일지 주목된다.

워싱턴 김상연특파원·서울 강국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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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umbnail - 김길영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대표의원 “일하는 의회, 정책으로 승부할 것”

carlos@seoul.co.kr
2011-03-0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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