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50년 출입기자 역사속으로

백악관 50년 출입기자 역사속으로

입력 2010-06-09 00:00
수정 2010-06-09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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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10명 거친 90세 토머스… ‘유대인 설화’로 불명예퇴장

“백악관에는 두 부류의 기자가 존재한다. 일반 출입기자 그리고 헬렌 토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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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조지 W 부시 정부에서 백악관 대변인을 지낸 아리 플레이셔는 지난 반세기 백악관을 취재해온 언론인 헬렌 토머스(90)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의 이름 앞에는 늘 ‘최초’ ‘유일의’ ‘최장기’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백악관을 출입한 최초의 여기자이자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이 1972년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 중국을 찾았을 때 동행한 유일한 기자이기도 하다.

나이가 들어서는 전설이라는 단어가 그를 대변했다.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에서부터 버락 오바마 대통령까지 그를 ‘거쳐간’ 대통령이 10명이다. 세계 권력의 정점에 있다 할 미국 대통령들도 토머스의 ‘날카로운 혀’에는 당할 방법이 없었다. 2006년 부시 전 대통령과 이라크 전쟁의 정당성을 놓고 설전을 벌인 일화는 유명하다. 당시 그는 “이라크 전쟁을 벌인 진짜 이유는 무엇인가.” 등 직설적인 발언으로 부시의 얼굴을 벌겋게 만들었다.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했을 당시에도 “허니문은 하루 정도일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이지만 그가 1942년 웨인주립대를 졸업하고 한 일은, 지금은 사라진 워싱턴데일리뉴스에서 복사와 같은 심부름하는 것이었다. 이어 다음해 UPI통신에 입사했고 연방 정부 부처, 의회 등을 취재했다. 1960년 케네디 전 대통령 당선과 함께 백악관을 담당했고 2000년 UPI가 통일교로 인수되자 ‘허스트 코포레이션’의 허스트 신문의 칼럼니스트로 자리를 옮겼다.

2008년 5월 위장 질환으로 잠시 활동을 중단했지만 같은 해 11월 백악관 브리핑룸 맨 앞줄, 가운데 자리에 있는 ‘지정석’에 복귀, 건재함을 과시했다. 2007년 브리핑룸 개축 과정에서 CNN과 FOX가 앞자리를 희망했고, 토머스는 양보할 의사를 밝혔지만 백악관 기자단은 그의 지정석을 지켜줬다. 현재 그의 자리만 유일하게 동판으로 ‘헬렌 토머스’라는 이름이 적혀 있다.

1920년 레바논 이민자의 딸로 태어나 미 언론의 살아 있는 전설이 된 토머스. “기자에게 ‘무례한 질문’은 없다.”고 믿는 그는 칼럼니스트가 된 이후 더욱 주관적이고 공격적인 질문을 쏟아냈다. 지난달 27일 백악관 유대인 관련 행사에 참석해서는 “유대인들은 팔레스타인을 떠나야 한다.”고 일갈했다. 그러나 이 발언 이후 결국 떠나게 된 것은 토머스 자신이 되고 말았다. 미국 내 유태인들의 거센 반발로 인해 그의 67년 기자 인생 마지막 장을 ‘설화’로 매듭짓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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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2010-06-09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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