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11개 혐의 적용… 자신의 유죄 인정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다단계 금융 사기(폰지 사기)로 기소된 버나드 메이도프(70)가 결국 법정에서 유죄를 인정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패닉상태다. 공범의 존재 여부와 돈의 행방 등 의혹들이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투자금을 회수하기가 어렵게 된 탓이다.●메이도프, 감옥에 수감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메이도프는 12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법원에서 열린 심리에서 자신의 죄를 시인, 결국 법원 근처의 맨해튼 교정센터에 수감됐다. 메이도프에 대한 최종 판결은 6월쯤에 내려진다.
검찰이 밝힌 메이도프의 범죄 혐의는 증권사기를 비롯해 투자자문사기, 돈세탁, 편지·전화 사기 등 총 11가지.
메이도프는 투자자들에게 최대 46%의 수익률을 약속, 투자자들을 끌어들였지만 실제로는 신규 투자자에게 받은 돈을 수익으로 위장해 기존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방식의 폰지사기였다.
결국 투자자들의 상환요구로 사기는 들통났고 메이도프는 지난해 12월 체포됐다. 블룸버그 통신이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체포당시 메이도프가 관리한 고객계좌는 4800여명이었으며 피해 규모도 500억달러(약 74조원)에 이른다. 미 정부는 메이도프의 재산을 모두 몰수할 방침이다.
●피해자들, “세금만이라도….”
피해자들은 좌절감에 빠졌다. 메이도프가 미 수사당국과 플리바게닝(유죄협상)을 포기한 것은 이번 사기의 최대 의혹인 ‘공범 여부’와 ‘돈의 행방’에 대해 스스로 입을 닫겠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피해자들은 은닉자산이 가족과 회사 동료에게 흘러갔다는 점을 검찰이 밝혀내 추징한다면 투자금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일말의 기대를 갖고 있었다.
특히 메이도프는 법정 심리에서 자신의 가족들은 합법적인 사업을 해왔다고 밝혀 피해자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AP통신에 따르면 현재 검찰이 공범 용의자로 추적하고 있는 인물은 그의 부인인 루스 메이도프와 동생 피터 메이도프, 동업자 프랭크 디파스칼리 등 5~7명이지만 메이도프가 단독 범행을 고집한다면 의혹은 풀리기 더욱 어렵다.
로이터통신은 “상당수의 자금이 비밀이 보장되는 유럽 은행에 숨겨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지금까지 낸 세금이라도 돌려받길 원하고 있다고 AFP통신은 보도했다. 피해자들은 지금까지 메이도프의 거짓 이득에 속아 수백만달러의 소득세를 꼬박꼬박 납입한 탓에 보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불투명하다. 현행법상 납입 후 3년이 지난 세금은 결코 돌려받을 수 없는 까닭이다. 실제 피해자들은 1980년대부터 투자를 해온 경우가 많다. 한 피해자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투자자들은 존재하지도 않는 ‘유령소득’에 대해 세금을 내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번 사기의 성격상 피해자들은 매우 적은 부분만 보상받을지도 모른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2009-03-14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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