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국 절반이 아프리카… 서구 정치 입김 거세
국제사회의 전범 논의가 활기를 띠고 있다. 국제유고전범재판소(IC TY)에 기소된 밀란 밀루티노비치 전 세르비아 대통령이 26일 무죄를 선고받은 데 이어 국제형사재판소(ICC)가 3월4일 대량학살 혐의를 받고 있는 오마르 알 바시르 수단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ICTY 검찰 측은 조만간 항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전범 재판이라는 국제사회의 공동의 노력이 얼마나 실효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ICC에는 세계 108개국이 가입해 있지만 그 영향력은 미약하다. 미국의 국제전범재판연합(AMICC)은 지난해 발간한 보고서에서 “108개국 가운데 절반이 아프리카 국가이며 인구 비중으로도 소수에 불과하다.”고 설명, 그 한계를 지적했다.
실제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신유고연방 대통령이 고의로 재판을 연기하다가 사망, 끝내 형을 선고하지 못한 사례도 있었다.
알 바시르 수단 대통령 체포영장 발부 계획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AP통신은 “수단 정부와 반군세력 정의평등운동(JE M)의 평화협상이 이뤄지고 있지만 전범 재판 논의가 활기를 띠면서 협상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고 회의적인 시선을 보냈다. 특히 유고의 경우 전범재판도 서구의 정치논리와 맥을 같이한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세르비아에 친 서방정권이 들어서면서 대대적인 숙청작업에 들어갔다는 얘기다.
●미국 전범재판소에 부정적 입장
올해 초 세계를 뜨겁게 달궜던 가자사태의 전범 논의도 나오고 있다. 가자사태로 희생된 사망자가 1300명 이상이며 이 가운데 16세 이하 어린이가 430명에 이른다는 통계는 이스라엘의 ‘전쟁 범죄’를 뒷받침하고 있다. ICC도 이스라엘 군사령관들을 기소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의 지원을 받고 있는 이스라엘이 전범 재판에 오를 가능성은 거의 없다. 실제 2006년 레바논 전쟁을 비롯해 여러 차례 이스라엘의 전범 의혹이 불거졌지만 제대로 조사를 받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반면 전범 재판에 회부된 인물들은 미국과 이해관계가 얽히지 않은 아프리카의 정치인사 및 반군 지도자들이 대부분이다.
미국은 소극적이다. 미국 보수주의를 대표하는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은 “ICC가 정치적으로 이용될 우려가 있다.”고 밝히면서 그 이론적 근거를 댔지만 실제로는 파병된 미군들이 불법 행위로 소추되는 일을 막기 위한 속내다.
예산도 문제다. ICC에 따르면 80 00만유로(약 1528억원)의 예산 가운데 유럽연합이 65%인 5190만유로를 지원하고 있고, 일본이 2000만유로를 대고 있지만 미국의 지원액은 없다. 이에 AMICC는 “미국은 ICC의 로마 규정에 동의의 뜻을 나타내고 예산 지원 등을 통해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2009-02-28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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