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특히 남서부 가자지구에 사는 사람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땅굴을 파고 있다. 이집트로 이어지는 터널은 이스라엘의 봉쇄를 뚫고 연명해 나가는 유일한 길이라고 입을 모은다. 팔레스타인 경제 전문가인 사미 압델 샤피(40)는 “그들이 땅굴을 통해 숨겨 들여오는 것들은 극히 부족한 의약품이나 음료수 등 생활 필수품”이라면서 “150만명에 이르는 주민들에게 ‘땅굴경제’말고는 더 이상 기댈 언덕은 없다.”고 말했다.
가자지구에 비밀 통로를 만들거나, 물품을 옮기는 데 종사하는 사람은 6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에 땅굴은 이스라엘에 맞서 싸우는 데 쓰일 무기들을 실어 나르려고 팠지만, 지난해 6월부터 검문검색이 강화되는 등 가자 봉쇄가 주민들 삶을 더욱 옥죄면서 용도가 바뀌었다. 이후 이슬람 저항단체 하마스가 이 지역을 장악하자 주민들의 어려움은 더욱 커졌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요청을 받은 이집트가 땅굴의 색출을 강화하면서 위험도 커졌다. 지난 5일(이하 현지시간) 이집트 당국은 3개의 땅굴을 찾아내고 대량의 연료를 압수했다. 지난달 23일엔 2곳의 땅굴을 폭파하는 바람에 팔레스타인 사람 5명이 숨지고,4명이 중상을 입었다. 최근 2개월 사이에 사망자만 42명에 이른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젊은이들은 “이집트 사람들에게도 괜찮은 장사이니 모든 땅굴을 파괴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2008-10-08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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