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자리 잃는 美 화이트칼라

설 자리 잃는 美 화이트칼라

송한수 기자
입력 2008-07-19 00:00
수정 2008-07-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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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대학졸업장=고소득 보장 공식 깨져”

미국 메릴랜드 주립대학에서 컴퓨터를 복수 전공한 비아 듀잉(56·여)은 1986년 졸업 뒤 2001년까지 평균 연봉 8만 9000달러(약 9025만원)를 받았다. 그러나 캔자스 로렌스에 있는 전자업체 ‘스프린트’는 2002년 그녀를 해고했다.2004년 이 회사에서 다시 사람을 뽑는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런데 임금이 지난날에 비해 3분의1도 되지 않았다. 물가 상승률을 따지면 그렇다. 그 뒤로 듀잉은 데이터를 처리하는 임시직 100여곳을 전전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최근 월마트에 일자리를 새로 얻었다. 임금은 2002년과 비교할 때 20%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새로운 경제상황을 맞아 미국 4년제 대학교 졸업장도 이젠 고소득 보증수표가 아니라고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WSJ는 이같은 현상이 세계화에 따른 영향이면서도, 직종을 불문하고 특히 화이트칼라가 각광받던 미국에서 뚜렷해 눈길을 끈다고 전했다.2000년대 물가 상승률을 감안한 분석이다. 정부의 이민정책·자유무역 확대와 관련해 좋은 교훈이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인플레 감안 임금 1.7% 줄어… 이민자 급증도 한 요인

인플레를 감안할 때 2001년부터 올 들어서까지 대다수 근로자들의 임금은 늘지 않았다.4년제 대학교 졸업장을 가진 사람도 마찬가지다. 최근 2년간 대졸자 임금은 사실상 1.7% 줄었다. 이는 이민자 급증 등으로 대학 졸업자가 늘어난 데다 기업들이 화이트칼라를 위주로 감원하면서 대졸자들의 전반적인 가치가 점차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신문은 분석했다. 업주들이 예전에 비해 더 전문적이고 대학에서 배우기 힘든 것들을 근로자들에게 요구하면서 대학 졸업장의 가치가 갈수록 떨어진다는 얘기다.

신종 고소득 직종, 대학교과과정과 동떨어져

기술발전이 고임금을 보장하는 직종을 바꾼 반면, 새로 부각된 고소득 직종의 대부분이 대학에서 가르치지 않는 분야여서 대졸자들이 계속 일자리를 빼앗기고 있다는 점도 화이트칼라의 임금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대해 워싱턴 소재 경제정책연구소(EPI) 제어드 번스타인 연구원은 “대졸자 임금 하락은 경제성장의 과실이 특수직이나 자산을 가진 소수에게 집중되기 때문”이라며 이같은 사실을 뒷받침했다.

그는 “2001년 이후 경기가 확장세를 보였다는 점에서 이는 경기침체 때문이 아니며, 고임금을 받는 데 대학 졸업장이 필수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은 아닌 시대”라고 지적했다. 그는 “1979년 40%였던 대졸·고졸자 임금격차가 75%로 커졌다가 2001년 이후에는 거의 불변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분석은 세계화에 대한 NBC여론조사 추이에서도 엿볼 수 있다.1997년 대졸자 58%가 세계화는 좋다고 응답한 반면, 지난 3월 조사에선 좋지 않다는 대답이 47%나 됐다. 고졸자들은 부정적인 응답이 다수였는데, 이 기간에 큰 변화가 없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2008-07-19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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