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라덴 친구가 밝히는 그의 어린시절

빈 라덴 친구가 밝히는 그의 어린시절

임병선 기자
입력 2006-08-23 00:00
수정 2006-08-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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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얌전한 소년을 테러로 내몰았나

“축구 경기를 하다 휴식 시간에 상대 선수가 그에게 거칠게 구는 것을 보고 쫓아가 떼어 놓았다. 그는 ‘네가 몇 분만 더 기다렸으면 난 평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었어.’라고 말했다.”

9·11 테러의 배후 조종자로 쫓기고 있는 오사마 빈 라덴이 어린 시절 신앙심 두터운 얌전한 소년이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그의 이웃집 친구로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의 유력지 알 매디나 편집국장 대행인 칼리드 바타르피(작은 사진)는 미국 CNN이 제작해 23일 방영하는 다큐멘터리 ‘빈 라덴의 발자취’에서 이렇게 증언했다.

바타르피는 빈 라덴과 함께 10대 시절을 보낸 제다의 뒷골목에서 가진 인터뷰를 통해 그가 가라테 영화를 좋아했으며 미국제 자동차를 몰며 하루에도 몇 차례나 이슬람사원을 찾아 경의를 표하는 내성적인 아이였다고 회고했다.

바타르피는 그렇게 내성적이며 평화를 사랑하던 아이가 어느날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이를 몰살시킨 테러의 배후 조종자로 나타났을 때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그의 변화가 감지되기 시작한 것은 이스라엘이 1967년 6일전쟁을 통해 예루살렘을 점령했을 때였다. 그는 예루살렘 해방에 대비해 유약해지지 않아야 한다며 수영과 승마를 배우는 한편, 주말엔 해변 대신 사막을 찾으며 ‘거친 삶’을 익혔다. 그러나 온전히 자신의 길을 찾은 것 같지는 않았다. 부친 곁에서 빌딩 사업을 돕던 빈 라덴은 1979년 옛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자 비로소 명분을 찾은 것으로 보였다.

어릴 때와 달리 말도 많아지고 신앙심 깊고 더 확신에 찬 모습으로 바뀌었다. 그는 자신이 연설하는 아프간 전쟁 모임에 바타르피를 초청했고 친구들에게도 전쟁의 실상을 보아야 한다며 아프간으로 달려올 것을 권했다.

그는 폭력과 전투, 그리고 문화가 빈 라덴을 변화시켰다고 생각한다. 사람을 죽이고 추적을 받으면서 가족, 친구, 원래의 평탄했던 삶에서 격리돼 동굴에 기거하는 사람에게는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가 테러리스트의 길을 걷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바타르피는 “아버지의 뒤를 이었더라면 그는 중동에서 가장 성공적인 사업가, 즉 제2의 빌 게이츠가 될 수 있었을 것”이라며 무슨 일이든 해낼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었다고 돌아보았다.

한편 빈 라덴이 한때 미국 여가수 휘트니 휴스턴을 매우 사랑해 남편이었던 바비 브라운을 죽이고 그녀를 첩 중의 한 명으로 데려올 생각까지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영국 일간 데일리 메일은 21일 수단 출신 여작가 콜라 부프의 자서전을 발췌한 패션잡지 ‘하퍼스 바자’의 기사를 인용, 빈 라덴이 서류가방에 플레이보이, 스타 등의 잡지를 갖고 다녔으며 ‘맥가이버’‘케빈은 12살’‘마이애미 바이스’ 등의 미국 텔레비전 시리즈를 좋아했다고 전했다.

부프는 약 10년 전 납치돼 모로코의 한 호텔에서 넉달 동안 빈 라덴의 성 노예로 잡혀 있었다고 주장해 왔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2006-08-23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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