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미신과의 전쟁’

인도네시아 ‘미신과의 전쟁’

이세영 기자
입력 2006-07-25 00:00
수정 2006-07-25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인도네시아가 ‘미신과의 전쟁’에 돌입했다.

최근 잇따르는 대규모 자연재해를 집권세력의 실정과 부패에 대한 신의 분노로 해석하는 주민들이 급속하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급기야 대통령까지 나서 과학자들을 채근하기 시작했다.

24일 미국 일간 크리스천사이언스 모니터에 따르면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최근 천재지변의 원인을 국민들이 과학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과학자들의 TV와 라디오 출연을 늘리라는 지시를 내렸다. 동요하는 민심을 방치할 경우 심각한 통치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인도네시아 국영 여론조사기관 LSI에 따르면 지난 6월 지진피해를 입은 욕야카르타 주민의 78.1%가 “최근의 재해는 자연이 인도네시아에 보내는 경고”라고 답했다.

유명 정치인들까지 나서 재해에 대한 비합리적 해석을 부추기고 있다. 역술가 출신의 정치인 페르마디는 19일 TV에 출연,“유도요노는 ‘뜨거운 손’을 가졌다.”면서 “모든 재앙은 그로부터 야기된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같은 신비주의적 해석이 도시 중산층 사이에서도 힘을 얻고 있다는 점이다. 자카르타의 자동차 판매상 겐두트 이리안토는 “지진은 인도네시아인들에게 보내는 신의 경고라고 생각한다.”면서 “재앙을 막는 길은 회개하고 기도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는 인구의 88%가 ‘세속화’된 무슬림이지만 농촌지역에서는 고대로부터 내려온 자연숭배의 전통이 강하다. 지난 5월 므라피 화산 중턱에서는 한 무속인을 따르는 주민 수백명이 정부의 소개령을 무시하고 마을에 남았다. 화산활동이 잠잠해지자 이 무속인은 일약 전국적 유명인사가 됐다.

디노 파티 드잘랄 대통령궁 대변인은 “미신과 신비주의가 위험수위에 도달했다.”면서 “과학자 집단과 언론, 종교지도자들이 나서 그릇된 신념의 확산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2006-07-25 14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불장인 국내증시에서 여러분의 투자성적은 어떤가요?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거듭 경신하며 5000선에 바짝 다가섰다. 연초 이후 상승률은 15% 안팎으로, 글로벌 주요 증시 가운데 가장 가파르다. 하지만 개인투자자 수익률은 외국인의 절반에 그치고 있다. 여러분의 수익률은 어떤가요?
1. 수익을 봤다.
2. 손해를 봤다.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