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구호요원 성추문 확산

유엔 구호요원 성추문 확산

박정경 기자
입력 2006-05-09 00:00
수정 2006-05-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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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 아프리카의 라이베리아 소녀들이 식량을 얻기 위해 국제구호 관계자를 상대로 성매매를 한다고 영국 BBC가 국제아동보호기구인 ‘세이브 더 칠드런’의 보고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몇 년 전부터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한 구호요원과 평화유지군의 성적 일탈은 생각보다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것이다. 유엔의 또 다른 ‘성추문’으로 확산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8세까지 가족 책임지려

오랜 내전을 겪으면서 경제가 황폐해져 국제구호에 의존하는 라이베리아에서 ‘몸을 파는 행위’는 일상화돼 있다고 BBC는 전했다.

난민촌이 해체되고 고향에 돌아와서도 먹고 힘들기는 마찬가지여서 줄지 않고 있다. 심지어 8살배기 어린이까지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성매매 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코나 브라운(20)이란 여성은 “세계식량계획(WFP) 직원과 성관계를 맺었다.”면서 “내 또래 친구들 대부분이 그 남자와 관계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별 생각 없이 단지 식량 때문”이라며 “예전에는 옥스팜에서 비누를 얻으려고 한 적도 있다.”고 덧붙였다.WFP는 유엔 산하 기구이고 옥스팜은 국제구호단체다.

정부 관리와 기업인, 교사들도 성학대 가해자라고 세이브 더 칠드런은 고발했다. 수업료를 면제해 주거나 좋은 성적을 주는 조건으로 말이다. 세이브 더 칠드런이 300여명의 난민들을 면접한 결과 서아프리카 지역 소녀들의 절반 이상이 성매매를 경험했다고 밝혔다. 그들 사이에선 ‘맨 비즈니스’로 불린다.

남성들 중에는 라이베리아인이 많지만 외국인들도 상당수다.17살 소녀가 가나인 평화유지군의 아기를 낳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세이브 더 칠드런 관계자는 “식량 등 구호물자를 운반하고 나눠 주는 과정에서 ‘지위 남용’이 생긴다.”면서 “권력을 가진 어른이 아이들의 취약점을 이용하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유엔, 성학대 조사 착수

유엔은 4년 전 서아프리카 난민 캠프에서 성학대 사건이 처음 드러난 뒤 병력을 교체하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러나 유사 사례가 자꾸 보고되면서 라이베리아에 있는 유엔 관계자는 다시 조사를 벌이겠다고 밝혔다.WFP 역시 최근의 사례들을 심각한 것으로 보고 조사에 착수했다. 라이베리아는 내전 중에 수백만명이 터전을 잃었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못 사는 나라 중 하나로 꼽힌다. 근로자들의 평균 월급은 50달러(약 5만원)에 불과하다.

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2006-05-09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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