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이도운특파원|3달러를 내고 삐걱거리는 문을 통해 실내로 들어서자 산타나의 ‘블랙 매직 우먼’이 귀를 찔렀다. 희뿌연 담배 연기 사이로 맥주와 위스키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거나 음악에 몰두해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이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아들 유안이 한국의 여대생과 ‘광란의 밤’을 보냈다는 워싱턴의 블루스 바 ‘마담스 오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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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의 대표적인 젊은이의 거리인 ‘애덤스 모건’ 거리에 자리한 마담스 오간.13일(현지시간) 밤 월요일인데도 이곳을 찾은 여행객들과 젊은이들로 뜨거웠다. 워싱턴 이도운특파원 daw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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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의 대표적인 젊은이의 거리인 ‘애덤스 모건’ 거리에 자리한 마담스 오간.13일(현지시간) 밤 월요일인데도 이곳을 찾은 여행객들과 젊은이들로 뜨거웠다. 워싱턴 이도운특파원 dawn@seoul.co.kr
●화려하지도 크지도 않지만 美 20대 명소
워싱턴의 ‘홍대 앞’이라고 할 수 있는 ‘애덤스 모건’ 거리의 한복판에 자리잡은 마담스 오간은 미국 전역에서도 20대 바로 꼽히는 명소다.
13일(현지시간) 밤 찾아간 마담스 오간은 월요일인데도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우선 바의 웨이트리스인 헤더에게 “바의 이름이 무슨 뜻인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그녀는 “거리 이름인 Adam´s Morgan의 Morgan에서 M을 떼어내 Adam´s 앞에 붙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은 펑키 재즈 밴드인 ‘원 나이트 스탠드’의 공연이 펼쳐지는 날. 밴드의 연주는 강렬했고 ‘카리비안 댄스 퀸’이라는 별칭을 지닌 싱어 시스타 팻의 목소리는 끈끈했다. 팻은 무선 마이크를 들고 무대에서 내려와 1층과 2층의 좌석 사이를 누비며 관객들의 흥을 불러일으켰다. 마담스 오간은 유명한 바지만 크지도, 화려하지도 않았다.4층짜리 낡은 목조 건물에 자전거와 삽, 곰 가죽 등 온갖 잡동사니를 동원해 일부러 요란스럽게 치장한 공간이 차라리 편안한 느낌을 줬다. 서울의 삼청공원 초입에 자리잡은 바 ‘재즈 스토리’와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벽에는 유화도 수십 점이 걸려 있었다. 대부분이 여성과 남성의 나체였지만 선정적인 느낌을 주지는 않았다.
1층에는 밴드의 연주 공간과 스탠드 바가 있고 그 사이에 춤을 출 만한 작은 공간이 있다.1층을 내려다 볼 수 있는 2층에는 테이블과 의자가 놓여 보다 여유있게 음악과 대화를 즐길 수 있다.3층은 당구 테이블과 커다란 소파가 차지하고 있는 좀더 개인적인 공간. 그리고 4층은 대부분 테라스로 봄부터 가을까지 바깥 공기를 즐길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소울 푸드’라는 음식을 만드는 주방은 1층에서 연결된 반 지하에 자리잡고 있다.
●빌 클린턴 햄버거·기념품등 ‘눈길´
마담스 오간의 메뉴는 다른 바들과 비슷했다. 햄버거와 샌드위치, 감자튀김 등 간단한 식사와 나초, 오징어 튀김 등의 안주를 술이나 음료와 함께 팔았다. 눈길이 가는 메뉴는 ‘빌 클린턴 버거’. 하나에 6.99달러를 받지만 클린턴과 ‘관계를 가졌던’ 여성에게는 1달러를 할인해준다고 적혀 있다.
그런 메뉴 탓인지 마담스 오간에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보수적이기보다는 리버럴하게 느껴졌다. 또 이 바의 상징인 가슴이 큰 여인의 벽화가 최근의 보수화 바람을 타고 당국에 의해 철거될 위기를 맞고 있다고 한다.
버몬트 주에서 광고를 제작하기 위해 출장왔다는 사진작가 케이스 데로치는 “저녁을 먹은 레스토랑 주인의 추천으로 처음 와봤다.”면서 “워싱턴은 조지 부시 대통령이 살고 있다는 사실만 빼면 정말 마음에 드는 곳”이라고 말했다.
마담스 오간은 워싱턴포스트를 비롯한 현지 언론을 통해 많이 보도됐고 ‘플레이 보이’같은 잡지나 엔터테인먼트 전문 케이블 채널인 ETV 등을 통해서도 전국에 소개됐다. 유명세가 늘자 바는 아예 자체 브랜드의 기념품까지 만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미인도 추해질 수 있는 곳’이라는 슬로건이 적힌 셔츠.
마담스 오간에서는 크리스마스와 연말, 대통령 취임일, 밸런타인 데이 등 특별한 날이면 성대한 파티가 열리며, 그런 날은 대부분의 손님들이 밤을 새워 ‘망가지도록’ 논다고 한다.
마담스 오간에 오는 손님들은 정말 다양하다고 바 직원들은 말했다. 실제로 테이블을 둘러보니 손님들의 연령과 인종, 차림새 등이 모두 달랐다.
이들 가운데 몇 명에게 “이곳에 영국 총리 아들이 왔다간 것을 아느냐.”고 묻자 모두가 별 관심 없다는 듯 “그러냐.”고 답변했다. 마담스 오간에는 날마다 셀 수 없이 많은 사연들이 생겨나고 있다. 유안과 한국 여대생의 얘기도 그 가운데 하나일 뿐이었다.
dawn@seoul.co.kr
2006-02-15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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