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美 동반자’ 쿠바·베네수엘라 맹방 넘어 연방으로?

‘反美 동반자’ 쿠바·베네수엘라 맹방 넘어 연방으로?

장택동 기자
입력 2005-11-04 00:00
수정 2005-1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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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와 쿠바가 연방국가가 된다?’ 중남미의 대표적 반미(反美)국가인 베네수엘라와 쿠바가 협력 관계를 넘어 연방제까지 검토 중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3일 보도했다. 신문은 베네수엘라 주재 유럽 외교소식통의 말을 인용,“몇 년 전만 해도 두 나라가 연방을 맺는다고 하면 ‘미친 소리’로 여겼겠지만 지금은 사정이 달라졌다.”면서 “쿠바는 베네수엘라를 ‘이웃으로만 보기엔 너무 중요한 상대’로 본다.”고 전했다.

양국 주재 외교관들은 연방문제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실제 양국의 협력 관계는 최근 눈에 띄게 강화됐다.43년에 걸친 미국의 제재로 침체에 빠졌던 쿠바 경제는 에너지 동맹을 맺고 있는 베네수엘라의 값싼 원유공급 덕분에 상반기 8%의 성장을 이뤘다.

이에 쿠바는 베네수엘라에 자국 의료인력의 4분의1에 해당하는 2000여명을 보내 보답했다. 베네수엘라 주재 쿠바대사 제르만 산체스는 외교가에서 ‘부통령’이라 불릴 만큼 중요한 위치에 있다.

세계 5위의 산유국 베네수엘라는 유가 상승에 따른 ‘오일 달러’를 기반으로 쿠바뿐 아니라 남미 전체에 영향력을 넓혀 나가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올해 원유 판매로 340억달러(약 35조원)를 벌어들일 것으로 전망된다.

“21세기식 사회주의”를 주창하는 우고 차베스 대통령은 자신의 뜻에 공감하는 국가들에는 싸게 원유를 판다. 아르헨티나로부터는 수백만달러어치의 국채를 매입해 줬고, 에콰도르에는 경제지원을 약속했다. 외교적으로는 북한과 이란, 중국, 러시아와 유대를 강화하고 있다. 여기에 차베스는 러시아제 무기로 무장한 수만명의 첨단 군대를 육성하고, 핵 기술까지 개발하겠다고 밝혀 미국의 신경을 한껏 자극하고 있다.

이와 관련, 미 군사전문가인 윌리엄 아킨은 1일 워싱턴포스트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미 국방부가 4개년 국방검토보고서(QDR) 관련 문건에서 베네수엘라를 ‘깡패 국가’로 분류하고, 잠재적인 군사충돌에 대비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4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에서 열리는 제4차 미주기구회의에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차베스 대통령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파나마와 온두라스를 제외한 미주 32개국 정상들이 모이는 이번 회의에서 부시는 숙원 사업인 미주자유무역기구(FTAA) 출범에 주력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남미에 시장경제·자유무역과 이를 바탕으로 한 민주주의를 전파하겠다는 생각이다. 이에 차베스는 “FTAA를 지옥에 던져버리자고 정상들에게 제안하겠다.”고 맞받아쳤다. 충돌이 예정돼 있다는 평이다.

참가국들이 쉽게 차베스의 바람만큼 그를 전폭 지지하지는 않겠지만 미국의 영향력이 약해지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는 분석이다. 플로리다 국제대학의 에두아르도 가메라 교수는 “남미 정상들이 미국이 유일한 대안이 아니라고 말하기 시작했다.”고 지적했다.

장택동기자 taecks@seoul.co.kr
2005-11-04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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