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日 야스쿠니 8월 두표정

[세계인-우리는 이렇게 산다] 日 야스쿠니 8월 두표정

이춘규 기자
입력 2005-08-26 00:00
수정 2005-08-26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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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패전 60주년인 8월15일 야스쿠니(靖國)신사는 또다시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찜통 더위에도 불구하고 20만여명의 참배·관람자들과 내·외신 기자들이 몰려들어서다. 군국주의 향수에 젖은 우익세력들은 하루종일 신사 경내를 휘젓고 다녔다. 침략전쟁을 반성하자는 양심세력은 신사 근처를 빙빙 돌다 밀려났다. 당연히 엄숙한 추모분위기 대신 소란스러움이 가득했다. 야스쿠니신사는 일본인들에게 무엇이고, 왜 논란의 중심인가.

|도쿄 이춘규특파원|야스쿠니신사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집권한 2001년부터 총리가 매년 참배하고 한국과 중국 등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더욱 더 주목을 끌고 있다.2002년 이후 일본사회가 급격히 우경화되면서 야스쿠니신사는 우익들에게는 군국주의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는 상징적인 곳으로 급격히 부상하고 있다.

군국주의 시절 향수를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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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일본군복 차림의 우익 젊은이들이 ‘황군창설’ 등이 쓰여진 깃대봉을 든 채 참배하고 있다. 도쿄 이춘규특파원
옛 일본군복 차림의 우익 젊은이들이 ‘황군창설’ 등이 쓰여진 깃대봉을 든 채 참배하고 있다.
도쿄 이춘규특파원
8월15일 야스쿠니신사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옛 일본군복 차림의 우익인사들이 집단으로 신사를 참배했다. 이들은 오전과 오후 수차례에 걸쳐 거대한 구령소리로 다른 관람자 등에게 위압감을 주면서 옛 일본군이 출전하기 전에 참배하던 식으로 ‘받들어 총’ 자세로 신사를 참배했다.

‘영령에 답하는 모임’ 회원들은 초등학교 어린이까지 가세,A급 전범 분사를 요구하는 한국과 중국은 물론 미국도 비난하고 “일본 정부는 외부압력에 굴복해서는 안 된다.”며 분사반대 서명운동을 펼쳤다.‘신사를 참배하지 않는 고이즈미에게 신벌(神罰)을’이라는 섬뜩한 깃발이 날리기도 했다.

자신을 하라사키라고 밝힌 옛 일본군복 차림의 일본인은 사람들에게 “자위대는 군대다. 따라서 헌법을 고쳐 이를 반영해야 한다.”고 열변을 토했다.

야스쿠니를 찾는 사람들, 특히 우익들은 한국언론을 싫어한다. 한국어투가 섞인 일본말로 질문하면 “한국인이지….”라며 적대감을 표시한다. 사라지라고 윽박지르기도 한다. 그래서 정상적으로 그들의 속내를 듣기는 어렵다. 결국 그들간의 대화를 귀동냥하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상책이다.

다른 나라는 간섭하지 말아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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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일본군복 차림의 우익들이 신사에 모여 하모니카 반주에 맞춰 군가를 합창하고 있다. 도쿄 이춘규특파원
옛 일본군복 차림의 우익들이 신사에 모여 하모니카 반주에 맞춰 군가를 합창하고 있다.
도쿄 이춘규특파원
패전 60주년인 올해는 한국인 기자에게 더 민감했다. 평범하게 생긴 60대의 와타나베는 “(고이즈미 총리의 참배에 대해) 다른 나라들은 간섭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짜증냈다. 자신도 참전했었다는 한 80대 노인은 참배 논란에 “내정간섭”이라고 불만을 터트렸다.

물론 가족을 기리는 참배자도 많았다. 한 80대 할머니는 “형제가 두 명 전사했다. 생명이 있는 한 참배를 계속 하겠다. 이러쿵 저러쿵 말들이 많으면 우리 형제들이 불쌍하고, 오기도 싫어진다.”고 우려했다. 평소 연인들도 숲이 우거지고 시내 한복판에 있는 야스쿠니를 데이트장소로 많이 찾는다.20대 연인 한 쌍은 “유족은 아니지만, 일본인으로서 참배하러 왔다. 이분들이 일본의 주춧돌이다.”면서 전쟁이 다시 일어나면 참전하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한 대학생은 해결책을 제시했다. 그는 “정치인의 야스쿠니 참배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지만, 총리는 참배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국내에도 유족은 아주 많이 있지만, 해외에도 피해자가 있지 않은가.”라고 주장했다.

소리 안내는 사람들, 마음은 복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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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타 쓰쿠오 부회장
모리타 쓰쿠오 부회장
평소 사석에서 접하는 일본인들은 비교적 본심에 가깝게 야스쿠니신사 문제에 대해 토로한다. 은퇴한 뒤 4년째 각종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나카자와는 태평양전쟁에 자원 입대했던 삼촌 2명이 야스쿠니신사에 안치돼 있다. 그래서 야스쿠니를 특별한 의식 없이 찾는다. 다만 A급 전범 분사 문제에 대해서는 입장이 확실하다. 일본인은 죽으면 신분 고하를 떠나 신이 되고,A급 전범도 그 중 하나이기 때문에 분사해도 여전히 신이라고 한다. 따라서 분사해도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한국인들에겐 생뚱맞게 들릴 법하다.

50대 회사원 곤노의 설명은 현실적이다. 야스쿠니에는 246만여명의 위패가 있기 때문에 일본인 전체가 먼 친척까지 포함하면 야스쿠니신사와 일정정도 관계가 있다.

그래서 이런저런 계기로 야스쿠니를 찾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초·중·고 시절 단체참배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군국주의 찬양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일본에는 분명 야당이나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많은 사람들이 A급 전범이 합사되어 있는 야스쿠니신사 참배를 하지 않고 있다. 그들은 분사나 고이즈미 총리의 참배 중지를 요구한다. 극단적으로는 야스쿠니신사 경내의 전쟁박물관인 유슈칸만이라도 즉각 없애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야스쿠니신사가 국제적 논란의 대상이 된 뒤 호기심에 야스쿠니를 찾는 사람도 적지 않다.

상당수 일본인들은 “야스쿠니 논란 장기화는 누구에게나 상처만 남긴다. 따라서 하루빨리 어떤 형태로든 결론을 내야 한다.”며 걱정하고 있다.

taein@seoul.co.kr

日유족회 모리타 쓰구오 부회장|도쿄 이춘규특파원|야스쿠니신사에 위패가 안치된 태평양전쟁 전사자 유족 모임으로 자민당 최대 후원단체인 일본유족회 모리타 쓰구오(전 참의원 의원) 부회장은 유족회 사무실에서 만난 기자에게 “20년 이상 된 (야스쿠니 신사) 소란이 언제나 그칠지,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일본인이 야스쿠니에 집착하는 이유는.

-일본인 중에도 참배 안 하는 사람들이 매우 많다. 젊은이 가운데는 야스쿠니가 어떤 곳인지도 모르고 찾는 경우가 많다. 일반 신사와 다를 게 없다.

고이즈미 총리 등의 참배에 한국, 중국 등이 강하게 반발하는데.

-일면 이해한다. 그러나 일본에는 일본의 가치가 있다.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무리다. 참배자 대부분이 A급 전범에 관계 없이 유족의 관점에서 참배한다. 나라를 위해 숨진 영령들을 위령하는 이곳을 국정 최고 책임자인 총리가 참배하는 것은 당연하다.

A급 전범 등은 다르지 않나.

-일본인들은 A급 전범을 범죄자로 인정하지 않는다. 도쿄재판에 대해서도 의문을 품는다.731부대 책임자가 미국의 정보에 필요하다는 이유 때문에 전범에서 누락되는 등 의문점이 많다. 전쟁 책임은 인정하지만, 왜 14명만이 특별히 책임져야 하나.

독일도 유대인 학살을 자행한 나치나 히틀러에 대해 사죄했지, 독일 자신의 사죄는 아니었다. 일본에는 히틀러 같은 사람이 없다.

A금 전범 분사에 대해선.

-한국과 중국을 만족시킬 해결책이 있으면 검토하겠지만 지금은 해결책이 없는 상태다. 분사는 있을 수 없다. 일본을 위한 희생자인데 246만 영령에 끼지 못하는 것은 이상하다. 분사 의견도 있긴 하지만 분사는 도쿄재판을 인정하는 꼴이 된다. 그래서 반대한다.

무종교 추도시설 건립은.

-새 추도시설을 만들어도 결국 새로운 논란만을 낳을 뿐이다. 기념비 같은 것은 해외 여론을 달랠 뿐 국내에선 새로운 논쟁이 격렬해진다. 기독교, 불교 등의 반대가 있을 것이다. 지금도, 이후도 130년 역사의 야스쿠니가 유일한 추도시설이다.

일반 국민의 유족회에 대한 생각은.

-우익단체나 군국주의를 연상하며 비판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시각에 강력히 반대한다. 우리는 피해자다. 다시는 전쟁을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궁극적인 해결책은 없는 것인가.

-1985년 나카소네 전 총리의 참배 이후 한국과 중국의 반발이 커지며 20년간이나 시끄러운 문제가 됐다. 유족들은 유지하고 싶은데 근린제국들에는 매우 중요한 문제가 돼버렸다.

taein@seoul.co.kr

야스쿠니 신사는야스쿠니 신사는 왕궁, 국회, 총리관저, 관청가와 가까운 도쿄 한복판에 있다. 연간 참배·관람자는 500만여명에 달한다고 신사측은 밝힌다. 야스쿠니는 ‘편안한 나라’라는 의미다. 따라서 나라를 편안하게 해야 하는데 현실은 반대다.1978년 A급 전범 14명의 위패가 합사되고,1985년 나카소네 야스히로 당시 총리가 참배하며 국제적인 논란의 중심지로 급부상했다. 최근은 더 심하다. 야스쿠니 신사는 옛 일본군들이 “죽은 뒤 야스쿠니에서 만나자.”며 참배한 뒤 태평양전쟁에 나갔을 정도로 국가 신도의 상징장소였다. 일왕 중심의 군국주의의 온상이기도 했다. 따라서 연합군사령부가 야스쿠니를 없애려다, 동북아에 긴장이 조성되자 유지시켰다.1개 종교법인으로 격하됐지만 일본인들에겐 야스쿠니는 특별한 존재다.

도쿠가와 막부가 무너진 무진전쟁 이후 태평양전쟁까지의 11개 전쟁 전몰자 246만 6532명(지난해 10월17일 현재)이 안치되어 있다.
2005-08-26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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