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도청 실태] 美, 지구촌 통신망 70% 24시간 감시

[세계의 도청 실태] 美, 지구촌 통신망 70% 24시간 감시

임병선 기자
입력 2005-08-04 00:00
수정 2005-08-04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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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1년 9·11테러 전날 “엄청난 일이 다음날 터질 것”이라는 아랍어 통신 2건이 위성 감청망 에셜론(Echelon)에 포착됐지만 이 내용을 번역하는 데 이틀이나 걸리는 바람에 미 보안당국은 참사를 막아내는 데 실패했다. 국내에서 ‘안기부 X파일’에 따른 불법 도청 파문이 연일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경제전문 비즈니스 위크 최신호(8일자)는 커버 스토리로 9·11 이후 더 광범위해지고 일상화된 도·감청 및 감시 시스템을 집중 조명했다.

●더이상 공상과학이 아니다

9·11테러 정보 분석에 실패한 것은 에셜론의 하루 수집 정보가 미 의회 도서관 문서의 10배여서 이를 분류하고 가중치를 둬 분석하는 데에만 엄청난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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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9·11 이후 사정은 달라졌다. 정보들은 이제 12시간 안에 번역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졌다. 에셜론을 주관하는 미 국가안보국(NSA)은 실시간 번역과 분석을 목표로 준비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에셜론의 정보를 바탕으로 그동안 3000여명의 알 카에다 관련자를 체포함으로써 100여건의 테러를 예방하는 성과를 올렸다고 자평하고 있다. 영국에선 런던 50만대를 비롯,400만대의 카메라가 길거리, 공원과 정부 건물 등을 샅샅이 비춰 수상한 이를 즉시 가려내고 있다.

공상과학 소설에나 등장할 법한 일도 차츰 현실화되고 있다. 현관에 설치된 ‘인공코’를 이용, 누군가의 머리카락에 남겨진 폭약 흔적을 추적할 수 있거나 저수지에 떠있는 조그만 센서로 단파나 무선 신호를 감지할 수도 있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걷는 모양이나 귀 형태를 보고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카메라까지 등장했다.

●유엔, 도감청 기술과 방지 기술의 경연장

뉴욕 유엔본부는 세계 최고의 ‘스파이 소굴’ 역할을 하고 있다. 본부 건물뿐만 아니라 191개 회원국 공관이 입주해 있는 바로 옆 건물과 유엔 직원들이 거주하는 아파트와 식당, 자동차에는 도·감청 장치 또는 방지장치가 설치돼 있다고 보는 것이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진다.

새로 부임한 이들은 사무실과 집, 차에 도청 방지장치를 달 것을 맨먼저 동료들로부터 조언받는다. 건물 옥상들에는 다른 나라 외교관들의 대화를 엿듣기 위해 세워 둔 안테나들이 숲을 이룰 정도다. 공원이나 식당에서 외교관들의 대화를 엿듣기 위해 스파이들은 ‘입술 읽는 훈련’을 받은 이들을 활용하기도 한다.

●전자코 등 미래의 감시기술

비즈니스 위크는 숨겨진 총이나 칼을 촬영할 수 있는 초미세 열파 카메라, 종전의 지문 날인 시스템보다 위조가 어렵도록 일본 후지쓰사가 개발 중인 손바닥 동맥 인식 시스템 등이 곧 시장에 선보일 것이라고 소개했다.

몇년 후에는 무기나 폭약을 숨긴 사람에게서 나오는 고주파를 감지하는 T레이 카메라가 실용화될 것으로 보았다. 또 버팔로 대학 연구팀은 숨이나 땀 등에서 특정 냄새를 가려내 이를 레이저로 분석하는 전자코를 개발 중이다. 이 장비는 냄새를 맡아 신원을 확인하는 것뿐만 아니라 질병 감염, 나아가 여성의 임신 여부까지 가려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병선기자 bsnim@seoul.co.kr

■ 에셜론이란

에셜론은 미 NSA가 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 정보기관과 함께 운영하는 감청 시스템으로,120여개의 첩보 위성을 통해 전세계 전화와 휴대폰, 팩스,e메일 등을 감시한다.

최근에는 인공위성뿐 아니라 초단파 송수신탑, 광케이블로까지 확대돼 전세계 통신망의 70%를 커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위크는 “하루에 미 의회 도서관 자료의 10배에 해당하는 정보를 도청한다.”고 보도했다.

음성인식 기능이 있는 에셜론의 슈퍼 컴퓨터는 ‘테러’,‘폭발’,‘암살’ 등의 특정 키워드를 검색하거나 특정인의 전화번호와 주소 등을 골라 감청한다. 또 ‘데이터마이닝’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서로 동떨어져 있는 정보들간의 유용한 상관관계를 발견해 내기도 한다.

중심 기지는 미국이 아니라 영국 요크셔 맨위드힐에 있고 미국인 1000명 이상이 투입돼 매년 200억달러의 예산을 쓰고 있다.

에셜론의 실체는 1998년 영국 출신 기자인 덩컨 캠벨이 유럽 의회에 통신감청 의혹을 제기해 처음 밝혀졌으며,2001년 유럽 의회가 에셜론의 상업적 이용이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보고서를 냄으로써 공식적으로 확인됐다.

원래는 2차대전 당시 독일군의 비밀암호를 캐기 위해 미·영 등이 첩보협정을 맺은 데서 출발해 이후 공산권 감시를 위해 본격 운영하게 됐다.

그러나 점점 더 기업 비밀과 경제 정보도 무차별적으로 수집, 미국이 거대 입찰과 조달 계약 등 민간 경제 정보를 빼내 자국 기업에 넘겨준다는 의혹도 사고 있다. 미국은 극구 부인하고 있지만 자국 기업의 공정한 거래를 위해 뇌물 거래 정보를 수집한 사실을 일부 시인했다.

이에 따라 유럽 의회는 회원국들에 에셜론의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 암호 사용을 강화할 것을 주문했고 영국에는 에셜론 탈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미국을 도와 감청망에 참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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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경기자 olive@seoul.co.kr
2005-08-04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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