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석기자의 아시아 창] ‘대선 조작 의혹’ 아로요 축출 가능성 낮은 이유

[황장석기자의 아시아 창] ‘대선 조작 의혹’ 아로요 축출 가능성 낮은 이유

입력 2005-06-18 00:00
수정 2005-06-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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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리아 마카파갈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이 퇴진 압력을 받고 있다. 남편과 아들이 불법 복권업자들로부터 뇌물을 받아 챙겼다는 폭로에 이어 지난 대선 당시 선거 관리에게 부정행위를 지시하는 내용의 도청 테이프가 공개된 데 따른 것이다.

야당측은 특히 도청 테이프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고 있지만, 아로요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반발이 거세지고 있지만 현지 언론과 외신 등은 전임자 조지프 에스트라다 전 대통령이 뇌물수수 혐의로 쫓겨난 것과 달리 아로요의 경우 축출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분석한다. 가톨릭교회와 대기업, 군대 등 권력의 ‘이너서클(핵심부)’이 에스트라다에게 했던 것과 달리 아로요에게는 쉽게 등을 돌리지 않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역대 필리핀 대통령들은 배우 경력의 빈민가 출신 에스트라다를 빼곤 모두 상류층 자손이었다. 아로요 역시 1960년대 필리핀을 이끈 디오스다도 마카파갈 대통령의 딸이며 미국 조지타운대학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받은 엘리트. 뇌물수수 혐의 하나만으로 에스트라다를 내쫓은 기득권층은 (에스트라다)취임 때부터 에스트라다에 대한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었다. 아로요의 스캔들에 대해 이렇다 할 압력을 행사하지 않는 것은 ‘계급적 동질성’을 느낀다는 점과 서로 비슷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는 점 때문으로 분석된다. 아로요를 대체할 인물도 마땅치 않은 현실론도 배어 있는 것 같다.

필리핀대학 사회학과 월든 벨로 교수 등 진보적 지식인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아로요는 취임 이후 성장 위주 발전정책을 추진했을 뿐 기득권층의 반발을 의식해 분배 문제엔 소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일부 의원들이 테이프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있지만 필리핀 상·하원은 그다지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하원은 아로요에게 별다른 해명을 요구하지 않고 있으며 상원은 테이프 내용에 대한 ‘예, 아니오’의 답변이 아닌 단순한 ‘코멘트’ 수준이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surono@seoul.co.kr

2005-06-18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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