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영화제 “난민위한 축제…수상작 ‘행복 추구’에 맞는 영화”

전 세계를 뒤흔든 난민 위기 속에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독일 베를린영화제가 난민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에 최고영예를 안겼다.

할리우드 스타 메릴 스트립이 이끈 베를린영화제 심사위원단은 20일(현지시간) 황금곰상을 수여한 영화는 에리트레아 태생의 이탈리아 감독 지안프랑코 로시의 ‘파이어 앳 시’(Fire at sea)다.

영화는 수십 년 동안 매년 수천 명의 난민이 들어왔던 이탈리아 람페두사 섬을 배경으로 난민들의 탈출 과정, 난민보호소 안의 삶, 난민들이 겪는 트라우마를 생생히 묘사한다.

섬 주민들의 달라진 삶도 중요하게 다뤄진다. 영화는 주요 인물로 등장하는 12세 섬 소년 사무엘의 시선을 통해 난민들이 유입되기 시작한 후 바뀌어버린 주민들의 삶과 유럽에 입성하려 애쓰는 난민들의 참혹한 현실을 그린다.

영화 말미에서는 지쳐 보이는 한 의사가 출산 중 숨진 여성, 아이와 함께 숨을 거둔 엄마의 시신 등을 너무 많이 봤다고 말하면서 보트를 바라보기도 한다.

중동 등지에서 전쟁을 피해 고향을 등진 난민들이 온갖 고난과 죽음까지 각오하고 유럽으로 밀려 오는 난민 위기는 지구촌 최대의 화두다.

생존과 꿈을 위해 험로에 나섰다가 바다에 빠져 숨지거나 온갖 고초를 겪고 겨우 유럽에 도착하더라도 정착이 보장되지 않은 이들을 바라보는 것은 현실세계에서만으로도 벅차다.

게다가 영화가 열린 베를린영화제는 난민위기의 한복판인 유럽, 특히 난민들의 최종 목적지인 독일에서 열리는 대형 축제다.

독일에서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다른 국가보다 관대한 난민 정책을 펼치면서 작년에만 100만 명 넘는 난민이 유입됐고 이에 따른 거센 반발도 이어졌다.

그러나 이런 현실을 베를린영화제는 외면하기는커녕 정면으로 바라보며 맞이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디터 코슬리크 베를린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영화제를 난민과 함께하는 축제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400차례 넘는 작품 상영 때마다 난민들을 위한 모금함이 배치됐다. 자원봉사자들은 난민 수백 명과 영화 상영을 함께했다.

영화제에 참석한 할리우드 스타 조지 클루니는 메르켈 총리를 만나 자신의 ‘스타파워’를 이용해 난민 위기 해결에 힘을 보태고 싶다는 뜻을 피력했다.

코슬리크 위원장은 “독일에서 난민 문제에 대해 격렬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며 “우리는 영화제의 타이틀인 ‘행복의 추구’에 들어맞는 난민들의 운명에 관한 많은 영화를 상영한다”고 말했다.

그는 “1951년 베를린 영화제가 처음 시작했을 때 도시는 전쟁의 상흔과 많은 난민이 남아 있었다”며 “다른 국가, 종교, 철학을 이해하도록 격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파이어 앳 시’는 영화제의 ‘난민들을 위한 분위기’에 정점을 찍었다.

현지 언론들은 이 영화의 최고상 수상이 정치, 사회적 논쟁을 마다치 않는 색깔 있는 작품이나 인류적 사회 의제를 본격적으로 조명하는 영화에 우호적 평가를 하는 베를린영화제의 특성과 난민 위기의 주제의식이 맞물린 결과라고 분석했다.

코슬리크 집행위원장도 난민들의 실태를 조명하며 인류애를 떠올리게 한 이 영화를 “세계의 난민들에게 보내는 헌사”라고 평가했다.

이 영화를 만든 로시 감독은 에리트레아 태생으로서 이민자 배경을 가지고 있다.

로시 감독은 타인인 난민을 향해 마음을 연 람페두사 섬 주민들에게 이 상을 바친다며 “이번 수상이 (난민 위기에 대한) 인식을 가져오기를 희망한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이어 “이 영화는 우리 앞에 벌어지고 있는 비극의 증거물”이라면서 “나는 우리 모두가 이 비극에 책임이 있다고 본다. 또한 작금의 난민위기는 아마도 유대인 대학살 이후 전 세계가 경험하고 있는 최대 비극 가운데 하나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비극을 탈출하고자 바다를 건너는 중 죽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난민들의 참혹한 탈출의 부당함을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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