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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세상]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로 가는 길/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열린세상]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로 가는 길/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입력 2014-01-17 00:00
업데이트 2014-01-17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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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이제 명실상부한 선진국에 진입할 수 있는 것인가.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시대를 열기 위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에 시달리며 이렇다 할 국정 성과를 내지 못했던 박 대통령이 모처럼 구체적인 목표와 비전을 제시하며 국민적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대통령은 공기업 개혁 등 비정상의 정상화, 창조경제 실현, 내수활성화를 통해 국민소득 4만 달러 목표를 실현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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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최영재 한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경제학자들의 전망은 그다지 밝지만은 않다. 한국경제가 2007년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넘어선 뒤 저출산, 고령화, 양극화, 경기침체 등으로 저성장의 늪에 빠져 있다는 진단이다. 지난해는 약 2만 4000달러를 기록했다. 2만 달러에 고착돼 있는 이른바 ‘중진국 함정’에서 빠져나오려면 지금까지의 경제 패러다임을 뒤엎는 과감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현오석 경제부총리도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은 ‘한국의 경제 체질’의 개선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고질적인 ‘한국사회의 갈등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만 한국경제의 도약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경제성장 이론과 선진국 사례를 전공하는 학자들은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벨기에, 스웨덴 등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이상의 선진국들은 효율적인 정부와 공정한 제도, 구성원 간 유대감과 사회적 신뢰자산을 통해 부국이 됐다고 진단한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더글러스 노스는 공평한 법집행과 민주주의 제도를 갖춘 나라일수록 부패가 적고 서로 신뢰함으로써 소모적인 사회적 갈등 비용을 줄여 경제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역사학자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저서 ‘트러스트’에서 사회 구성원들이 서로 신뢰하고 사회적 연대를 형성하는 국가만이 선진국이 될 수 있었다고 설명한다. 스웨덴에 살면서 스웨덴의 복지정책과 경제적 성장을 연구한 최연혁 교수는 최근 저서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에서 스웨덴 사람들의 시민의식과 검소한 생활,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며 나누는 삶, 사회적 신뢰, 노사정 합의 정치 체제 등이 오늘날 모범적인 복지 선진국 스웨덴 모델을 가능하게 했다고 말한다.

이러한 선진국의 사례와 비견하여 지금 우리의 자화상을 들여다보면 우리의 문제가 무엇인지 좀 더 명확해진다. 우리는 지금 소모적인 반목과 분열에 휩싸여 있다. 정파와 이념이 사분오열하여 서로 대립과 갈등을 되풀이하고 있다.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놓고도 두둔 편과 반대 편으로 편 가르기를 한다. 진보적 신문과 소셜 미디어에서는 대통령의 발언들을 일단 선의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려는 용의가 전혀 없이 대뜸 비판과 희화화에 나선다. 공영방송을 포함한 지상파 방송사는 반대로 대통령 ‘말씀’을 받아 적고 미화해서 보도한다. 객관적이지도 공정하지도 못하고, 서로 분열된 이런 언론들을 사람들은 자랑스러워할 수도, 신뢰할 수도 없다.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해 온 검사들은 야당의 편을 들었다 하여 ‘보복 인사’를 당하고 검찰은 여론의 비판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파업을 벌인 코레일 노조 등은 집단이기주의에 사로잡혀 사회질서를 어지럽히는 일탈적인 집단으로 매도되고 탄압의 대상이 되기 일쑤다. 자기 희생을 무릅쓰고 조직 내 비리를 폭로한 내부 고발자들은 양심적인 시민으로 대접받기보다는 배신자 취급을 받기도 한다. 분열과 반목, 편파, 불공평을 일상적으로 경험해야 하는 시민들은 그래서 그다지 행복하지 못하다.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의 선진국으로 가려면 두 가지 행복, 즉 물질적 행복과 정신적 행복을 모두 달성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고속성장으로 다소 물질적 행복을 누리게 됐다. 하지만 ‘중진국 함정’에 빠져 선진국으로 쉽게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정신적 불행이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정신이 자유롭지 못하고, 정의롭지 못하고, 사회적 약자와 나누지 못할 때 어떻게 창의적인 경제 행복을 이룰 수 있겠는가. 박 대통령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성공시켜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순서가 바뀐 것 같다. 박 대통령부터 모든 국민을 포용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통 큰 행복 리더십을 실천했으면 한다.
2014-01-1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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