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배나 사기꾼 같은 범법자가 검찰을 무서워한다면 나라가 제대로 돌아가는 것으로 봐도 될 것이다. 그렇지만 아무 죄도 없는 선량한 시민들이 검찰을 무서운 존재로 여긴다면, 그건 잘못된 일이다. 나라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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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곤 동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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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곤 동국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지금 우리나라 검찰은 신문이나 방송을 접하는 것만으로는 자신들의 조직에 대한 국민감정의 온도를 느끼기 어려울 것 같다. 최근 검찰에 대한 비판이 매스컴 곳곳에서 나오고 있지만, 검찰이 정작 귀 기울여야 할 곳은 뉴스나 이런 칼럼보다도 일반 시민들이 식탁이나 술자리에서 작은 목소리로 나누고 있는 검찰에 대한 대화다.
나는 지금 여기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책임이 모두 검찰에 있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전직 대통령의 자결이라는 이 초유의 사태를 맞아 정파적인 주장을 하려는 것도 아니다.
노 전 대통령 수뢰의혹사건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검찰의 원칙과 정도(正道)를 벗어난 수사 행태가 한국 민주주의와 한국인의 인권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는 점을 짚고 싶다. 이는 이 나라에서 앞으로도 오래 살아야 할 사람으로서, 또 자식을 키워야 할 부모로서 에둘러 지나갈 수 없는 중대 사안이다.
도대체 지난 5~6년 동안 검찰 수사를 받다가 스스로 생명을 버린 사람이 몇 명인가. 2003년 현대 비자금 사건의 조사과정에서 사망한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 2004년에는 뇌물수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던 부산국세청 공무원 모씨, 같은 혐의로 구속된 안상영 전 부산시장, 납품비리 등의 의혹으로 조사를 받은 박태영 전남지사, 뇌물 혐의로 내사를 받던 이준원 파주시장, 2005년에는 불법도청 의혹 사건으로 수사를 받던 이수일 전 국정원 차장이 모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물론 검찰도 반박하고 싶은 말이 많을 것이다. 직접 원인이 검찰에 있는 것이 아니라고. 고문을 한 것도 아니고, 없는 피의 사실을 만들어낸 것도 아니라고. 그러나 사회 각 부문은 다 성장했는데 검찰의 수사방식은 왜 별로 변함이 없는가.
때는 21세기인데 검찰의 손길은 마치 14세기 조선의 의금부나 16세기 유럽의 종교재판관처럼 거칠지 않은가. 과거에 비해 변호사 접견권 등 피의자 인권에 대한 제도적 개선이 이루어진 건 사실이다. 그러나 가족에 대한 전방위 수사로 피의자 흔들기, 확정되지 않은 피의 사실의 비공개적 유출로 피의자 망신주기, 신병처리 결정을 차일피일 미루는 ‘여론 간보기’ 등은 시급히 고쳐야 할 과제다.
임채진 검찰총장은 그동안 “원칙과 정도, 절제와 품격을 지켜 나가는 것이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는 길이라는 점을 명심하고 있다.”고 수차례 언급했다. ‘절제와 품격’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원칙과 정도’만 지켜주면 좋겠다. 원칙을 말한다면 헌법에 보장된 무죄추정의 원칙부터 지켜야 한다. 또 정도를 지키고자 한다면 별건구속(別件拘束)이나 여죄수사(餘罪搜査)를 사라지게 해야 할 것이다.
2003년 3월9일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에서 노 전 대통령과 강금실 당시 법무부 장관, 그리고 평검사 대표들이 모여 토론회가 열렸다. 이 토론회에서 “이쯤 되면 막 가자는 거죠.” 같은 노 전 대통령의 발언이 많은 화제를 낳았다. 그러나 이후 노 전 대통령은 적어도 그날 참석한 젊은 검사들에게는 막 가는 행동을 하지 않았다. 그날 대통령과 ‘대등하게’ 토론한 평검사 10명은 어떠한 불이익도 보지 않고 중견 검사로 자라났다. 이들 중에서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와 대검 과장도 나왔다고 한다. 나는 이분들과 이분들의 동료들이 훌륭한 법률가로 더욱 성공하기 바란다. 국민의 두려움이 아니라 사랑을, 질시가 아니라 존경을 받기를 바란다. 그래야 이 나라가 더 좋은 나라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검찰이 먼저 국민, 아니 인간에 대한 예의를 좀 더 갖춰 주어야 할 것 같다.
김무곤 동국대 신문방송학 교수
2009-06-01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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