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과 ‘몰입’은 같기도 하고 다르기도 하다.‘중독’과 ‘몰입’은 둘 다 특정한 대상에 빠져든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마음이 없이는, 그리고 거짓된 마음으로는 무엇에 몰입할 수도 중독이 될 수도 없다. 하지만 빠져들었던 대상이 사라졌을 때 일상생활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가에 따라서 ‘중독’과 ‘몰입’은 구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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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은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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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은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한 정의에 따르면 ‘중독’은 ‘어떤 활동에 지나치게 몰두하는 경향으로, 쾌락의 추구, 즉 일상적 생활이 제공해 주지 못하는 과도한 쾌락의 추구로서 쾌락을 제공하는 중독 요인 없이는 기능할 수 없는, 어떤 특별한 경험에의 의존’이다. 중독이 되었을 경우는, 중독의 대상이 더 이상 곁에 존재하지 않으면 정신적인 공황 상태까지 일어날 수 있다. 자신의 힘으로는 통제가 불가능할 만큼 심하게 의존하는 상태가 ‘중독’이다.
하지만 ‘몰입’은 ‘탐닉의 결과로 나타나며, 어떤 활동에 집중할 때 일어나는 최적의 심리적 현상’이라고 정의된다.‘몰입’을 두고 ‘중독’으로 가기 전에 거쳐야 되는 상태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어떤 대상에 대한 의존 성향의 결과가 다르게 나타난다는 점에서는 분명히 다르다. 컴퓨터 게임에 빠져서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라면 ‘중독’에 가깝다. 게임을 못 하게 되었을 때 마음이 극도로 불안해지거나, 잠을 자려고 누우면 천장이 컴퓨터 스크린처럼 보여서 어지러운 마음으로 게임의 전략을 짠다거나, 게임에서 한동안 손을 뗄 때 금단 현상이 생긴다면 이미 ‘몰입’의 단계를 지나서 ‘중독’인 것이다.
뇌생리학에서 중독은 뇌에서 쾌락과 진통을 맡는 물질이 나오는 ‘쾌락시스템’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본다. 또한 중독정신의학 이론에 따르면 뇌의 쾌락 중추가 유달리 예민한 사람이 중독에 잘 빠진다고 한다.
미국의 정신과 질환 진단 목록에는 알코올 중독, 마약 중독, 니코틴 중독 등을 ‘의존적 질환’으로 분류한다. 도벽이나 도박 장애 등은 ‘충동조절장애’로 분류한다. 노래 ‘사랑에 중독되어(Intoxicated with love)’에 나오는 것과 같은 애절한 사랑중독이나 사이버 중독, 게임중독은 ‘심리적 의존성’이 강하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과 몸은 따로 분리해서 생각할 수가 없기 때문에 중독현상은 신경병리학적인 측면과 사회문화적 현상으로서의 분석이 함께 필요하다.
우리나라 청소년 인터넷 사용자 가운데 중독 의심자로 추정되는 숫자가 많다는 조사가 있다. 인터넷을 어떻게 쓰는지 기술 위주의 정보화 교육에만 치중하고 있을 일이 아니다. 인터넷을 가지고 무엇을 할 것인가, 올바른 인터넷 이용법을 가르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인터넷이나 사이버 게임에 대한 ‘중독’이 인터넷을 하고 있을 때만의 ‘몰입’으로 바뀔 수 있다면 덜 위험하다. 금단현상이나 폭력적인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서는 ‘중독’ 상태를 ‘몰입’으로 바꾸려는 자기 절제와 적절한 외부 통제가 같이 필요하다.
인터넷을 끊기는 어렵다. 하지만 하루에 시간을 정해서, 일상 생활에서 인터넷이 휴식 도구로서 차지하는 비율을 줄이고 바깥에서 신체적인 활동을 하는 시간을 늘리는 것이 효과적이다.
청소년들의 경우는 인터넷 사용의 장소를 고립된 곳에서 거실과 같이 열려있는 공간으로 바꾸는 것도 한 방법이다. 선정성이나 폭력을 규제하는 예에서도 볼 수 있듯이, 어떤 대상을 무작정 금지하는 것은 문제가 되는 대상을 더 매력적으로 만들기만 할 뿐이다. 무조건 끊는 것이 ‘중독’을 치료하는 방법은 못 된다.‘중독’의 부작용을 줄이면서, 대상에 빠져드는 ‘몰입’으로 바꿔나갈 수밖에 없다.
강미은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교수
2008-10-2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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