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세상] 신정부 노동정책 전략적 사고 긴요하다/선한승 한국노동교육원장

[열린세상] 신정부 노동정책 전략적 사고 긴요하다/선한승 한국노동교육원장

입력 2008-04-10 00:00
수정 2008-04-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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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신정부의 대북정책 기조는 무작정 퍼주기 식에서 탈피해 주고받는 것을 원칙으로 한 교환논리를 표방한다. 따라서 받는 것이 체질화된 북한 당국은 이명박 정부의 정책기조 변화에 대해 군사적 대응 방침까지 천명하고 나서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번 기회에 상호 호혜적 남북관계 전환을 실현하려는 신정부가 암초를 만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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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승 한국노동교육원 명예교수 한국노동교육학회회장
선한승 한국노동교육원 명예교수 한국노동교육학회회장
필자는 이같은 문제가 노동정책에서도 나타나고 있음을 주목한다. 신정부는 비타협적 노조운동을 법과 원칙에 따라서 엄정 대처하고, 반면에 온건 합리적 그룹을 포용하려는 정책을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이를 승복하지 않는 일부 노동계는 총파업을 단행할 것을 예고했다.

따라서 신정부의 노동정책은 대북정책에서 직면한 것과 똑같은 딜레마에 처해 있는 듯이 보인다. 즉 강경그룹이 교환논리에 따라서 상호 호혜적으로 나아간다면 별문제가 없겠지만 이를 수용하지 않고 강력투쟁을 선택한다면 노사관계는 향후 더욱 불안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신정부가 이번 기회에 법과 원칙을 내세워 노사관계를 확 바꾸고자 한다면 전략적 사고를 해야 한다. 두 가지 선택의 길이 있다. 하나는 법과 원칙을 앞세워 강경기조를 견지, 이번 기회에 불합리한 노사관계의 패러다임을 근본부터 바꾸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일거에 노사관계 개혁을 이루어내는 것은 후유증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연착륙을 시도하는 것이다. 그러나 두 가지 방법 모두 일장일단이 있다고 본다.

전자는 단기에 성과를 낼 수는 있으나 엄청난 저항과 혼란을 감내해야 한다. 지금까지 역대 정부가 처음에 전자의 방안을 시도했다가 슬그머니 주저앉아 버린 것은 반발 여론에 못 이겨 타협의 길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번째 연착륙 시도의 개혁은 비록 더디긴 하지만 후유증은 크지 않아 역대정부가 자주 이용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노사관계 개혁이 용두사미로 끝난 것은 모두가 후자의 방법을 썼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보여준 신정부의 노동정책은 두가지 중에 첫번째 방법에 가깝다고 본다. 그러나 이러한 법과 원칙에 의한 노사개혁이 성공을 이루어 내려면 다음과 같은 전략적 사고가 긴요하다.

첫째, 아무리 법과 원칙을 내세운다고 해도 대화는 해야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북한과도 대화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하는데 노동계라고 대화로 풀지 못할 이유는 없다. 그러려면 지금의 노사민정 대화채널은 근본부터 재정비해야 한다. 민주노총을 참여시키기 위한 대화 전개를 포함해 전방위 노력이 필요하다.

둘째, 노동계의 신뢰 회복을 위한 노력이 긴요하다. 기업친화적인, 비즈니스 프렌들리한 정책이 기업을 무작정 감싸는 정책이 아니라는 것을 실천해 보여야 한다. 귀한 자식일수록 매를 아끼지 않는다는 우리의 속담처럼 기업에도 사랑의 매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셋째, 노사관계 안정을 위해서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중요하다. 예컨대 한국노총이 대기업 임금인상 자제를 선언했다면 재계에서 이에 상응한 화답이 나와야 한다. 민주노총이 강경투쟁을 선언한다면 이를 대화로 해결하려는 전략적 사고를 해야 한다. 법과 원칙은 중요한 잣대가 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끝으로 노사개혁은 고통이 따른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인식해야 한다. 흔들림 없는 법과 원칙을 고수하고 설사 이로 인해 노사 불안정과 민생 불편이 따른다고 해도 이를 감내해야 한다. 조금만 불편해도 호들갑을 떠는 냄비 근성으로는 노사관계 선진화를 이루어낼 수 없다. 미국의 항공관제사 파업과 뉴욕 지하철 파업시 엄청난 민생고와 경제적 타격을 입었음에도, 이를 감내한 미국 시민이 있었기에 오늘날 법치가 살아 있는 미국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선한승 한국노동교육원장
2008-04-1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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