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광화문 전찻길/서동철 논설위원

[씨줄날줄] 광화문 전찻길/서동철 논설위원

서동철 기자
서동철 기자
입력 2023-03-15 23:55
수정 2023-03-15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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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전차는 돈의문(서대문)에서 종로와 흥인지문(동대문)을 지나 홍릉에 이르는 노선이 1호선이다. 개통식은 기공식 이후 9개월 만인 1899년 5월 17일 열렸다. 그런데 고종실록에는 ‘전차가 5월 26일 종로 거리를 질주하면서 다섯 살 아이를 치어 죽게 했다. 사람들이 격노하여 차체를 부수고 기름을 뿌려 불태워 버렸다’는 대목이 보인다. 조정의 논의도 ‘전차를 붐비는 거리에 다니게 해 사람을 죽게 했으니 나방이 스스로 불속에 뛰어든 것일 뿐이라는 핑계를 댈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대한제국 사회의 분위기를 종합하면 전차가 근대적 교통수단이라는 사실은 부인하지 않지만, 호의적으로 받아들이지도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처음에 전차는 숭례문과 흥인지문을 기존 문루 아래로 통과했다. 그런데 1907년 두 문의 좌우 성벽을 각각 8간씩 헐어 전찻길을 냈다. 일본 공사 요구에 조정은 반대했지만 헤이그밀사 사건 이후 고종이 퇴위하면서 성곽 훼철은 강행됐다.

전차 2호선이라고 할 수 있는 용산선은 1899년 12월 20일 개통됐다. 종로에서 숭례문을 지나고 서울역 뒤편을 돌아 청파동과 원효로로 이어지는 노선이다. 서대문역과 남대문역을 잇는 의주로선도 1900년 신설됐다. 서대문~마포 노선은 1907년 완성됐다. 1909년 일한와사가 사업을 인수한 이후 일제의 통치체제 강화에 맞추어 전차 노선은 더욱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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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을 헐어 낸 자리의 조선총독부 건물은 1926년 완공됐는데, 1917년 건설 자재 운반용 선로를 처음 깔았다. 광화문 사거리에서 광화문과 영추문을 거쳐 효자동에 이르는 전차 노선은 1923~1926년 개통된다. 이때 서십자각도 사라졌다. 1923년에는 경복궁 동쪽 송현동에 식산은행 사택이 들어서면서 보신각 사거리에서 안국동까지 전차가 다니기 시작했다. 이 노선이 1929년 총독부까지 연장되면서 광화문 사거리까지 역(逆) U자 노선이 됐다. 경복궁 월대를 복원하고 있는 문화재청과 서울시가 최근 발굴조사 과정에서 찾아낸 광화문 앞 Y자 모양 전차 선로가 바로 이때의 흔적으로, 이 선로는 1966년까지 지표에 존재했다. 오늘부터 18일까지 현장이 공개된다. 2m 깊이도 안 되는 땅속에 숨어 있던 100년 전 과거가 빛을 보는 것이다.

2023-03-16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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