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책사의 배신/이순녀 논설위원

[씨줄날줄] 책사의 배신/이순녀 논설위원

이순녀 기자
이순녀 기자
입력 2019-02-28 21:40
수정 2019-03-01 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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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불거진 온갖 불법·비리 의혹에도 끄떡없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1심에서 징역 15년의 중형을 면치 못했던 결정적인 이유는 오랜 세월 가신 노릇을 해온 최측근들의 폭로였다. 그중에서도 40년 지기이자 ‘MB 책사’로 불린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의 배신이 정점을 찍었다. 그는 이 전 대통령 혐의와 관련해 초반에는 “나는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버텼지만,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수수 혐의로 자신이 구속되자 저격수로 돌변해 이 전 대통령의 유죄를 입증할 핵심 진술을 쏟아냈다.

이 전 대통령의 고려대 2년 선배인 김 전 비서관은 외환은행 근무 시절이던 1976년 현대종합금융으로 스카우트되면서 당시 현대건설 사장인 이명박과 인연을 맺은 후 줄곧 최측근 자리를 지켰다. 서울시장과 대통령 재임 동안에 각종 심부름과 재산 관리를 도맡아 ‘영원한 집사’로 통했다. 하지만 배신은 독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최근 열린 항소심 재판에서 증인으로 신청한 김 전 비서관이 나오지 않자 고의로 증인 출석을 피하고 있다며 검찰에 협조를 요청했다.

미국 정계에서도 최고지도자를 향한 희대의 폭로극이 벌어졌다. 10년 넘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충복이었던 옛 개인 변호사 마이클 코언이 27일(현지시간) 하원 청문회에서 트럼프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관해 가차 없이 증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대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 후보 대선 캠프와 민주당 전국위원회의 이메일이 해킹돼 공개될 것을 사전에 알고 있었고, 대선 기간 중 사적 이익을 위해 모스크바 트럼프타워 개발을 추진했다고 주장했다. 2년 전 언론 인터뷰에서 “대통령을 위해선 총알도 대신 맞을 수 있다”며 충성심을 자랑했던 그는 이날 “트럼프는 인종주의자이고, 협잡꾼이며 거짓말쟁이”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코언은 2006년 부동산 재벌이던 트럼프를 만난 뒤 사업파트너 겸 법률·정치 고문을 맡아 책사 역할을 해 왔다. 트럼프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핵심 인물로 ‘해결사’를 자처했던 코언이 등을 돌린 계기는 지난해 4월 연방수사국이 자신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면서 개인 비리가 드러나는 등 궁지에 몰린 탓이다. 트럼프가 자신을 지켜주지 않았다는 배신감 때문에 등을 돌렸다는 분석도 있다. 그는 지난해 8월 법정에서 트럼프의 지시로 성추문을 막고자 여성 2명에게 돈을 건넨 사실을 폭로하기도 했다.

코언은 이날 청문회에서 “양심에 귀 기울이지 않고, 불법행위를 은폐하는 데 참여한 선택을 한 것이 부끄럽다”며 울먹였다. 한편으론 염량세태이고, 다른 한편으론 권력무상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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