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창문세 & 버핏세/구본영 논설고문

[씨줄날줄] 창문세 & 버핏세/구본영 논설고문

입력 2014-11-12 00:00
수정 2014-11-12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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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깊어 가는 요즘 중앙정부와 지자체, 교육감들이 벌이는 ‘삼각 핑퐁게임’이 한창이다. 무상급식과 무상보육이란 ‘보편적 복지’의 재원 부담이 주 이슈다. 어제 노란 은행잎으로 뒤덮인 서울시의회 앞 대로변에서 이를 실감했다. “대통령 공약 보육비 5400억원 지출 초중고교 교육재정 파탄난다”는 새정치민주연합 명의의 현수막 구호를 보면서다.

어찌 보면 이런 사태는 올 것이 온 형국이다. 2010년 새정치연합의 전신 민주당이 교육감 선거에서 무상급식 공약으로 재미를 보고, 이에 놀란 현 여당이 이후 각종 선거에서 무상보육 카드로 맞불을 놓을 때부터 예견된 일이란 점에서다. 보편적 복지를 마다할 사람은 없지만, 이를 감당할 재원도 결국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염출해야 한다. 여야가 이를 몰랐을 리는 만무하다. 다만 유권자의 ‘눔프 심리’를 의식해 애써 외면한 결과일 뿐이다. 여기서 눔프(Not Out Of My Pocket)란 복지 확대를 바라면서도 이에 필요한 비용은 부담하지 않으려는 현상을 가리킨다.

문희상 새정치연합 비대위원장이 엊그제 복지 재원 충당용 증세론을 제기했다. 종전보다는 솔직한 태도다. 하지만 중산층을 포함한 국민의 조세저항을 각오하고 ‘보편적 증세’를 본격 논의하자는 건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소위 ‘부자 증세’만으론 현 수준의 보편적 복지 공약을 이행하는 데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중론인데도 말이다. 특히 이명박 정부 말부터 부분적으론 고소득층과 대기업 등에 대한 증세가 이뤄져 왔다는 지적도 있다.

증세는 말이야 쉽지만, 동서고금을 통틀어 집권자에겐 늘 위험한 선택이었다. 프랑스대혁명이나 우리 역사 속 민란들이 다 가혹한 세금과 무관하지 않다. 물론 조세저항보다 더 경계해야 할 대목은 증세로 인한 역설적 결과다. 1696년 영국왕 윌리엄 3세가 ‘창문세’를 신설했다. 소득이 높은 집일수록 창문 개수가 많을 것이라는 데 착안했다. 그러자 세금을 피하려고 창문을 막는 사람이 속출했다. 결국 대저택에 사는 귀족보다는 중산층 이하 계층이 햇볕도 포기해야 하는 블랙 코미디를 빚어낸 꼴이다.

멀리 볼 것도 없다. 참여정부 때 강남 아파트에 투하한 ‘세금폭탄’의 결과를 보라. 집값만 천정부지로 올려 무주택 서민이 가장 큰 피해자였다. 증세 없는 복지의 한계는 드러났다. 다만 소득세 최고세율 신설을 포함한 ‘한국형 버핏세’가 세수에 도움은 안 되고 투자만 위축시킨다는 우려도 있다. 여야가 이왕 복지 파산을 막을 증세나 선별적 복지로의 전환을 놓고 논쟁하려면 제대로 해야 한다. 정략적 계산을 접고 서민에게 실질적 도움이 될 전문적 토론을 하란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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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영 논설고문 kby7@seoul.co.kr
2014-11-1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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