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줄날줄] 한국 테마파크의 진화/손성진 수석논설위원

[씨줄날줄] 한국 테마파크의 진화/손성진 수석논설위원

입력 2013-08-21 00:00
수정 2013-08-21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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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가 창경궁에 동·식물원을 만들고 벚꽃을 심어 창경원으로 문을 연 때는 1909년 11월 1일이다. 창경원은 이때부터 궁궐이 아닌 유원지로 격하됐다. 1961년 11월에는 케이블카가 설치됐고, 회전목마 정도만 있었던 놀이 기구는 1970년대 중반에 공중 기차·비행기·회전목마·회전 꽃차·코끼리차·모노레일 등이 들어서 본격적인 놀이 공원으로 변모했다. 서울 도심에 있던 창경원은 궁궐 훼손이라는 아픔이 있었지만 봄철 휴일에는 수십만명의 상춘객이 찾을 정도로 휴식 공간으로서 서울시민의 사랑을 받았다. 몰려든 인파에 미아가 속출하고 소매치기가 날뛰기도 했다.

1973년 어린이날에 맞춰 개장한 서울 능동 어린이대공원은 창경원보다 4배나 넓은 59만㎡의 부지에 청룡열차, 회전컵, 달로켓, 회전그네, 요술집 등 어린이를 위한 온갖 놀이시설을 갖춰 개장 당시 ‘한국판 디즈니랜드’로 불렸다. 그때엔 서울의 외곽지역이었던 어린이대공원에 쉽게 갈 수 있도록 서울시는 18개 버스노선을 바꾸기도 했다.

창경궁을 복원하기 위해 창경원의 동·식물과 놀이시설은 1984년 경기도 과천 서울대공원과 서울랜드로 옮겨갔다. 서울대공원 동물원은 ‘서울동물원’으로 이름을 바꾸고 지난 2009년 11월 1일 개원 100주년 기념식을 가졌다. 일제가 만든 창경원이 우리 동물원 역사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88올림픽 직전에 문을 연 서울랜드는 미국과 일본의 디즈니랜드를 본떠 ‘세계의 광장’ ‘삼천리 동산’ 등 5개의 테마구역으로 나누어 주제공원으로 조성돼 있다.

한국 최초의 본격적인 테마파크는 1976년에 개장한 용인자연농원이다. 개장 20년이 된 1996년 에버랜드로 이름을 바꿨다. 고 이병철 삼성 회장이 용인에 농원을 만든 것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요청 때문이었다고 한다. 약 1500만㎡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땅을 개발해 조림을 하고 과실수를 심었다. 영동고속도로로 연결되는 인터체인지는 예산 지원을 받지 못하자 사설(私設)했다. 마성인터체인지다. 개장 초기, 이 회장은 서울 장충동 집을 비워 놓고 자연농원 별장에서 서울로 출퇴근했다. 놀이시설과 동·식물원이 있는 ‘패밀리랜드’는 1976년 개장 당시 짜장면 한 그릇 값이 150원이었을 때 입장료가 600원이었는데 창경원 입장료의 세 배였다. 비싸다고 원성이 자자했다. 에버랜드가 엊그제 개장 37년 만에 입장객 2억명 돌파 기록을 세웠다. 400개가 넘는 전 세계 테마파크 중에서 디즈니랜드와 유니버설 스튜디오 등 글로벌 테마파크를 제외하면 처음 세운 대단한 기록이라고 한다.

손성진 수석논설위원 sonsj@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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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8-21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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