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하루의 무게

[길섶에서] 하루의 무게

오일만 기자
오일만 기자
입력 2025-04-14 00:00
수정 2025-04-14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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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휴대전화를 본다. “145% 관세 폭탄… 2차 미중 무역전쟁 돌입”, “스태그플레이션 위기 가능성”. 뉴스 알림창이 쉴 새 없이 진동한다. 공기와 풍경은 봄인데, 사회는 냉랭하다. 경제도, 외교도, 정치도 다 침울한 언어로 가득하다.

눈을 들어 보니 30대쯤 돼 보이는 직장인 남성이 선 채로 태블릿을 넘긴다. 엑셀표, 회의 자료, 실적 보고서. 고개는 살짝 숙여졌고, 얼굴은 무표정하지만, 눈은 바쁘다. 맞은편 좌석의 60대 중반쯤 돼 보이는 여성은 작은 에코백을 꼭 쥔 채 앉아 있다. 그 옆에는 잠든 아이를 돌보는 젊은 엄마가 앉아 있다. 아이의 입 주변을 닦아 주는 손길이 조심스럽고 단정하다.

지하철 안의 사람들은 저마다의 사정을 안고 삶의 무게를 짊어진 채 일상을 살아간다. 각자의 하루들이 쌓이고 쌓여 언젠가는 숨을 틔우는 순간이 올 것이다. 벚꽃이 하루아침에 피지 않듯 우리의 삶도 조용한 기다림 끝에 비로소 제철을 맞이한다. 지금은 그저 봉오리일지라도 매일을 견디는 그 시간이 결국 꽃을 피우게 할 것이다.

오일만 논설위원

2025-04-14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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