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길섶에서
고등학교 졸업하고 타지 생활 시작하며 처음으로 먹어 본 순대는 약간의 쿰쿰함만 빼면 의외로 먹을 만했다. 젊은 시절 여럿 둘러앉아 순대 한 접시에 초록병 뚜껑을 참 숱하게도 비틀었다.
딱히 약속 없는 퇴근길이면 혼자서 순댓국에 소주 한 병을 마시곤 한다. 홀로 앉아 눈만 끔뻑이며 소주 한 잔에 국밥 퍼 먹는 내 모습이 거울도 없는 순댓국집 여기저기에 비친다. 비슷한 처지끼리 제 뚝배기에만 집중할 따름이다. 시인 황지우가 노래한 ‘몸에 한 세상 떠 넣어 주는 먹는 일의 거룩함이여’까지는 아니라도 뻘쭘함은 덜하다. 다행이다.
2023-02-13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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