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기에 막강했던 기억력은 중년기 이후 자각할 만큼 감퇴하기 마련이다. 방금 만난 사람의 이름이 떠오르지 않아 명함 지갑을 뒤적이는가 하면 스마트폰 일정표에 적어 놓은 점심약속을 깜빡해 낭패를 당하기도 한다. 좀더 시간이 지나 치매라도 걸리면 아들 손주를 앞에 두고도 “누구냐”고 다그치는 가슴 아픈 드라마의 주인공이 될지도 모른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기억이 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영원히 간직하고픈 기억과 하루빨리 잊고 싶은 기억이다. 사랑, 성공, 영예 등의 기억은 언제 꺼내도 유쾌하겠다. 반면 배신, 실패, 치욕 등은 뇌 안쪽에 깊숙이 처박아 놓고 영원히 잊고 싶은 기억이다. 하지만 인간이란 게 기억하고 싶지 않다고 기억을 스스로 지울 수 있는 존재인가.
세계적 혁신기업가 일론 머스크가 “미래에는 컴퓨터에 기억을 저장하고 재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언제든 기억을 다운로드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 전 단계로 그는 돼지의 뇌에 마이크로칩을 이식해 ‘돼지 생각읽기’를 시연했다고 한다. 간직하고 싶거나 잊고 싶은 모든 기억이 칩 속에 담겨 언제든 소환당하는 장면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다운로드가 가능하면 삭제하는 것도 가능할 테니, 그나마 다행일까.
stinger@seoul.co.kr
세상에는 두 종류의 기억이 있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영원히 간직하고픈 기억과 하루빨리 잊고 싶은 기억이다. 사랑, 성공, 영예 등의 기억은 언제 꺼내도 유쾌하겠다. 반면 배신, 실패, 치욕 등은 뇌 안쪽에 깊숙이 처박아 놓고 영원히 잊고 싶은 기억이다. 하지만 인간이란 게 기억하고 싶지 않다고 기억을 스스로 지울 수 있는 존재인가.
세계적 혁신기업가 일론 머스크가 “미래에는 컴퓨터에 기억을 저장하고 재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언제든 기억을 다운로드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 전 단계로 그는 돼지의 뇌에 마이크로칩을 이식해 ‘돼지 생각읽기’를 시연했다고 한다. 간직하고 싶거나 잊고 싶은 모든 기억이 칩 속에 담겨 언제든 소환당하는 장면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다운로드가 가능하면 삭제하는 것도 가능할 테니, 그나마 다행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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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02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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