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나만 잘하면 된다/문소영 논설실장

[길섶에서] 나만 잘하면 된다/문소영 논설실장

문소영 기자
입력 2020-03-02 21:20
업데이트 2020-03-03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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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결한 여성이란 신화의 그늘에서 깨끗한 척하고 살았지만, 사실은 ‘명예 남성’이란 지칭에 걸맞게 살아왔다. 한 지인은 코로나19 덕분에 결혼 20년 만에 남편이 퇴근하자마자 샤워하는 꼴을 처음 보았다고 증언했다. 나 역시 그분의 남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코로나19 감염증으로 개인위생이 철저해지고 있다. 매일 마스크를 쓰고, 수시로 손을 닦는다. 마스크 없이 기침을 할 때는 옷소매에 입을 묻고 침방울이 널리 퍼지지 않도록 예절을 지킨다. 그 덕분에 2월 인플루엔자 환자가 1000명당 16.4명으로 집계됐다고 질병관리본부가 밝혔다. 1월 초에는 49.1명이었다고 하니 70%가 급감한 것이다.

인터넷의 발달로 초연결 사회에 살고 있다고 하지만 코로나19 누적 확진환자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고, 전국 각지에서 확진환자가 나오는 상황을 지켜보자면 ‘데카메론의 시간’의 초연결을 새삼 깨닫게 된다. 중세에는 괴질이 생기면 원인이라고 생각되는 대상이나 이방인을 찾아내 죽이거나 마을에서 쫓아냈다. 공포가 불신으로 확장된 탓이다. 그러나 초연결 사회에서는 중세처럼 행동할 수 없다. 문명은 질병과 동행해 왔다.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면서 ‘나만 잘하면 된다’를 되뇐다.

2020-03-03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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