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더치페이/강동형 논설위원

[길섶에서] 더치페이/강동형 논설위원

강동형 기자
입력 2016-09-09 22:50
수정 2016-09-09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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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들과 모처럼 저녁을 먹기로 했다. 한 친구의 선약이 겹쳐 날짜를 한 번 연기하고 아무 생각 없이 28일로 정했다. 날짜를 정하면 만남 장소를 정해야 할 터. 장소를 조율하다 약속한 날짜가 하필이면 김영란법이 시행되는 첫날이라는 생각에 미치면서 고민 아닌 고민에 빠졌다.

친한 사람끼리는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돌아가면서 밥이나 술을 사게 된다. 말은 안 해도 모임에서 누가 한턱 쏠 것인가는 정해져 있다. 장소 고민을 잠시 하다 다음에 정하기로 했다. 약속 날짜가 하루하루 다가오지만 아직도 장소는 미정이다.

시끄러운 장소는 피하고 싶고, 체면에 싸지도 비싸지도 않은 곳을 고르자니 막상 떠오르는 곳이 많지 않다. 이야기도 나누면서 술도 한잔하기에는 중국집이 좋을 것 같아 추천했지만 시원찮은 반응이다. 김영란법 시행에 대한 현실적인 이야기를 동료들에게 전하자 “고민도 아니네, 더치페이하면 되지” 하고 놀린다. 동료의 얘기대로 어색하지만 더치페이가 정답인 것 같다. 그런데도 마음 한구석이 허전한 것은 아마도 ‘쏘는 인정’마저 보내야 하는 아쉬움 때문이 아닐까 한다.

강동형 논설위원 yunbin@seoul.co.kr

2016-09-1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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