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당산나무/함혜리 논설위원

[길섶에서] 당산나무/함혜리 논설위원

입력 2013-03-13 00:00
수정 2013-03-13 00:00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햇살이 따스하게 내리쬐는 내소사 경내에 들어서자 아름드리 고목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수령이 약 1000년인 느티나무였다. 지름이 7.5m나 되는 밑둥에 새끼줄을 굵게 꼬아 만든 금줄이 둘러쳐져 있다. 고목에는 아직 새 잎이 나오진 않았으나 하늘을 향해 뻗은 가지 끝에선 푸르스름한 생명의 기운이 느껴졌다.

그 나무 곁에 잠시 머물렀다. 묵묵히 서 있을 뿐이지만 넉넉한 존재 자체가 큰 위로를 준다. 기나 긴 세월 절마당을 지키며 얼마나 많은 소원을 들었을까마는 지친 기색도 없다. 소원 하나를 살며시 보태 본다.

내소사 일주문을 나서니 바로 앞에 고목 한 그루가 또 있다. 역시 금줄을 두르고 있는 이 느티나무의 나이는 700년. 매년 음력 정월 대보름 전날에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당산제를 지내는데, 내소사 마당에 있는 할머니 당산나무 아래에서 먼저 지내고 일주문 밖 할아버지 당산나무 아래서 마무리를 한단다. 1000살 할머니 나무와 700살 할아버지 나무. 오랜 세월 아름답고 풍요롭게 살아 온 나무들을 만나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함혜리 논설위원 lotus@seoul.co.kr



2013-03-13 3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쿠팡 가입유지 혹은 탈퇴할 것인가?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의혹 이후 진정성 있는 사과보다는 사태 축소에 급급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 30~31일 국회 청문회에서 보여준 관계자들의 불성실한 태도 또한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쿠팡 측은 이러한 논란에도 '탈퇴 회원은 많지 않다'고 발표했습니다. 과연 여러분은 앞으로도 쿠팡 회원을 유지하실 생각입니까?
1. 유지할 계획인다.
2. 탈퇴를 고민 중이다.
3. 이미 탈퇴했다.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