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외식/주병철 논설위원

[길섶에서] 외식/주병철 논설위원

입력 2011-07-22 00:00
수정 2011-07-22 00:26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외식은 일종의 가족 단합대회였다. 아이들에게는 은근히 아빠의 능력을 과시하는 의식이었고, 설거지 등 집안일에 찌든 아내에게는 생색내기용으로 그만이었다. 아이들이 중학교에 들어갈 때까지만 해도 외식은 누구도 싫어하지 않는 행사였다. 먹고 싶은 게 많아 조율하기 바빴다.

외식의 즐거움은 대화였다. 아이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그들만의 비밀과 애환’을 엿들을 수 있었다. 직장 생활을 하는 아내의 부담도 덜어주고, 아이들과는 나름의 소통도 할 수 있어 주말 저녁 외식은 우리 가족에겐 활력소로 통했다. 그래서 토요일은 ‘외식의 날’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외식 자체가 쉽지 않다. 아내도 이래저래 주말에 바쁘고, 아이들은 고등학생이라 도서관이나 독서실로 가버린다. 그나마 큰딸이 눈치가 있어 가끔 외식에 동참할 뜻을 내비친다. 한때는 외식으로 가족의 인기를 얻었는데, 이제는 같이 가자고 애원할 정도로 관심도가 떨어졌다. 차라리 돈을 달란다. 바쁜 삶이 외식의 즐거움마저 앗아간 것 같다.

주병철 논설위원 bcjoo@seoul.co.kr

2011-07-22 3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유튜브 구독료 얼마가 적당하다고 생각하나요?
구글이 유튜브 동영상만 광고 없이 볼 수 있는 ‘프리미엄 라이트'요금제를 이르면 연내 한국에 출시한다. 기존 동영상과 뮤직을 결합한 프리미엄 상품은 1만 4900원이었지만 동영상 단독 라이트 상품은 8500원(안드로이드 기준)과 1만 900원(iOS 기준)에 출시하기로 했다. 여러분이 생각하는 적절한 유튜브 구독료는 어느 정도인가요?
1. 5000원 이하
2. 5000원 - 1만원
3. 1만원 - 2만원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