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섶에서] 약속/김성호 논설위원

[길섶에서] 약속/김성호 논설위원

입력 2009-08-20 00:00
수정 2009-08-20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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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 검은 교복에 몸을 가둬 살던 시절. 느닷없는 충격에 어리둥절해야만 했다. 대통령의 서거, 그것도 총격에 의한 급거라는. 라디오에 흐르는 장송곡조의 선율은 왜 그리 생뚱맞았는지. 진실은 알 수 없었고 알려주는 이도 없던 시절. 철부지들은 나름대로 왁자하게 무슨 말들을 주고받았는데.

전직 대통령의 서거. 30년 전의 충격에 얹혔을까. 늦은 밤 몸을 뒤척이다 책장에서 빼어든 고등학교 졸업앨범. 촘촘히 박힌 동그란 얼굴들이 새롭다. 어디서 뭘하며 살고들 있는지. 대통령의 죽음에 오늘 밤, 30년 전의 철없던 말들을 떠올리고 있지는 않을까.

추억의 얼굴 여행을 하다가 시선이 꽃힌 한 녀석. 맘이 통해 단짝처럼 어울려 다녔는데. 대한민국을 사랑한다더니 이민을 가 외국인이 되었고. 30년 전 그날 유난히 대통령의 죽음을 서러워했던 친구. 오늘밤엔 뭔 생각을 할까. 앨범 갈피에 접힌 약속 메모. ‘30년 후 크리스마스 정오, 덕수궁 돌담에서 만나자 OOO’ 그러고 보니 올해가 아닌가. 한데 친구는 기억이나 하고 있으려나.

김성호 논설위원 kimus@seoul.co.kr

2009-08-2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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