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박 시장 사망 안타깝지만 이런 비극 다신 없어야

[사설]박 시장 사망 안타깝지만 이런 비극 다신 없어야

박홍환 기자
입력 2020-07-11 05:00
수정 2020-07-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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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어제 황망하게 시민들 곁을 떠났다. 차기 대선의 유력주자로도 거론되던 박 시장의 갑작스런 죽음은 충격적이다. 외신들도 박 시장의 사망 소식을 앞다퉈 전했다. 배낭을 메고 관사를 나섰다가 믿기지 않는 주검으로 돌아온 고인은 남겨진 유서에서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며 “내 삶에서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또 “오직 고통밖에 주지 못한 가족에게 내내 미안하다”며 “화장해서 부모님 산소에 뿌려달라”고 마지막 소원을 적었다. 어깨를 짖눌렀던 무거운 책임감을 모두 떨쳐내고 떠나려는 듯 마지막 인사는 “모두 안녕”이라며 짧게 마무리했다.

고인이 극단적 선택을 한 정확한 배경은 알 길이 없다. 다만 시장실에서 근무한 전직 비서에게서 최근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했는데 이 사안이 그의 선택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막연한 추측만 할 뿐이다. 인권변호사이자 시민운동가로 활동하며 국내 첫 성희롱 사건인 ‘서울대 우조교 사건’ 승소를 이끈 주역인 고인이 이른바 ‘미투’ 고발과 관련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면 이런 아이러니를 또 다시 찾아보기도 힘들다.

고인은 엄혹한 유신 시절 학생운동을 시작으로 평생 민주화운동과 시민운동에 헌신했고, 최근까지 유력 정치인이자 지방행정가로서 시민들과 함께 살아온 인물이다. 특히 1990년대 중반 소액주주운동과 낙선운동시민연대 활동으로 시민운동가로서 뚜렷한 궤적을 남겼고, ‘아름다운 가게’와 ‘희망제작소’를 창설해 시민운동의 외연확장 계기를 만들어냈다. 오롯이 사회와 시민을 위한 삶만 살았던 고인의 일관성과 성실함은 3연임하며 10년간 서울시정을 이끌게 한 원동력이 됐다.

고인 스스로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 있었고, 우리 사회도 고인의 열정이 여전히 필요하지만 어쩔 수 없이 떠나보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안타깝지만 현실은 현실이다. 특히 1000만 서울시민의 삶은 잠시도 소홀할 수 없다. 시장대행을 비롯한 서울시 공무원들은 황망한 상황에서도 시정의 연속성을 유지하는데 만전을 기하길 바란다. 무엇보다도 부동산 시장 안정은 서울시가 주도해야만 가능하다는 점에서 ‘창의적 해법’의 모범까지 제시해준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우리 선조들은 홀로 있을때에도 도리에 어그러지는 일을 하지 않도록 몸가짐을 바르게 하고 언행을 삼간다는 ‘신독(愼獨)’을 큰 가치로 새기고 또 새겼던 것이 사실이다. 이번 일이 정쟁의 대상이 되어선 안되겠지만 누구보다도 고위 공직자들은 스스로 돌이켜보며 신독의 다짐을 되새기길 바란다. 이런 비극이 되풀이 되어선 안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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