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결제 금액 2억원에도 못 미치는 제로페이의 교훈

[사설] 결제 금액 2억원에도 못 미치는 제로페이의 교훈

입력 2019-03-06 23:28
수정 2019-03-0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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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 어려움은 정부 예산으로…카드수수료율, 시장원리 작동해야

서울시가 자영업자들의 카드수수료 부담을 덜어 주겠다며 도입한 ‘제로페이’ 이용 실적이 극히 미미한 수준으로 파악됐다. 자유한국당의 김종석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 제로페이 결제 건수는 8633건, 결제 금액은 약 2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달 국내 개인카드 결제 건수 16억건의 0.0006%, 결제 금액 58조원의 0.0003%이다. 1월 말 기준 제로페이 가맹점이 4만 6628개인 것을 고려하면 한 달 동안 가맹점당 거래 실적이 0.19건, 4278원에 불과하다.

제로페이는 구매자가 물건을 구입하는 가게에 부착된 QR코드(고유 정보가 담긴 격자 무늬 사각 코드)를 찍으면 구매자 계좌에서 판매자 계좌로 돈이 이체되는 결제 방식이다. 신용카드 결제 시 생기는 수수료와 결제망 비용 등은 금융회사가 부담하고 매출이 연 8억원이 안 되는 가게는 수수료를 한 푼도 받지 않는다. 서울시가 지난해 12월 20일부터 시범운영 중이며, 이달 중 공공서비스 할인 혜택을 추가해 정식 서비스를 한다는 방침이다.

제로페이는 연말 소득공제 때 15%의 세제 혜택이 있는 신용카드보다 높은 공제율(40%) 등 매력적인 서비스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용률이 극히 미미한 것은 불편함 때문이다. QR코드를 스캔하고 금액을 입력하는 과정은 신용카드만 건네는 것에 비해 번거로운 게 사실이다. 게다가 할부나 다음 결제일까지 결제를 미룰 수 있는 신용카드와 달리 제로페이는 구매자 계좌에 돈이 있어야만 쓸 수 있는 체크카드 형식이다. 소상공인들도 제로페이를 사용하려면 신용카드나 카카오페이처럼 회원이 확보된 다른 결제 수단에 비해 새로 사용자를 모아야 하는데, 복잡한 가맹점 등록 절차 등으로 인해 기피하고 있다.

이 같은 사용상의 불편함도 있지만, 정부가 결제시장에 사업자로 참여해 시장 원리를 흐리는 것이 더 문제다. 경기부진 탓에 발생하는 소상공인의 어려움은 정부 예산으로 풀어야지 금용서비스 과정에서 생기는 수수료를 통제하는 방식은 온당치 않다. 금융회사에 희생을 강요하는 관치금융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달 말 정부가 소상공인 지원 대책으로 연매출 500억원 이하 가맹점의 수수료를 내리면서 카드업계가 500억원 초과 가맹점에 대한 수수료 인상을 일방적으로 통보해 현대차 등에서 카드 가맹점 해지를 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났다. 이는 정부가 ‘착한 행정’을 하겠다며 시장에 과도하게 개입한 것이 원인이다. 금융시장의 작동 원리를 무시하면 풍선효과가 나타나 오히려 시민의 부담이 커지는 일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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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0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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