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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복지예산 충당할 ‘부자 증세’ 공론화해야

[사설] 복지예산 충당할 ‘부자 증세’ 공론화해야

입력 2015-01-21 18:12
업데이트 2015-01-21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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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어제 신년 국정연설을 통해 상위 1% 부자에 대한 부유세 도입을 골자로 하는 세제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부부 합산 연소득 50만 달러(약 5억 3900만원) 이상 최상위층 부자들을 대상으로 한 자본소득세율을 현행 23.8%에서 28%로 올리겠다는 것이다. 오바마식(式) ‘부자 증세’다. 향후 10년간 상위 1% 부자들로부터 추가로 거둬들일 3200억 달러(약 345조원)로 중산층과 서민을 지원하겠다는 구상이다. 공화당이 반대하고 있어 법안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중산층을 살리기 위한 현명한 결정이라고 본다.

우리나라도 부자 증세를 공론화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복지예산을 충당하려면 불가피한 선택이다. 이번 연말정산 파동도 결국은 증세를 둘러싼 갈등이다. 정부가 월급생활자들의 유리알 지갑을 터는 ‘꼼수’로 세금을 더 거둬서 복지 공약을 이행하려다가 탄로가 난 것으로 요약된다. 사실상 증세를 하고 있으면서도 증세를 인정하지 않고 있던 정부가 자초한 것이다. 월급 생활자들이 우리만 ‘봉’으로 보고 있다며 거센 불만을 표출하자 정부·여당은 갈팡질팡하며 졸속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제는 다(多)자녀 가정의 공제축소 등 일부 항목만 손질하겠다고 하더니 어제는 아예 올해부터 이런 보완 대책을 소급 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내년 총선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겠지만 땜질 처방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정공법으로 풀어 나가지 않으면 바닥에 떨어진 정책에 대한 신뢰도 회복하기 어렵다.

먼저 정부는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밝히고 사과한 뒤 국민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 지하경제를 양성화하면 증세 없이도 복지 예산을 감당할 수 있다던 약속은 ‘선거용’이었음을 인정해야 한다. 올 초 담뱃값에 붙은 세금이 2000원 오른 것을 비롯해 주민세와 자동차세도 줄줄이 오르면서 우회 증세를 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약속했던 복지 공약을 이행할 생각이라면 어떤 세금을 얼마나 어떻게 올릴지 등 구체적인 증세 방안에 대한 논의에 즉각 착수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에서 25%에서 22%로 낮췄던 법인세율을 환원하는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기업과 가계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고 법인세 인하 혜택이 일부 대기업에만 몰리고 있는 부작용을 감안하면 충분히 검토할 만하다. 실제로 지난해 1~11월 법인세 수익이 1조 5000억원이 줄어든 반면 소득세는 거꾸로 4조 8000억원이나 늘었다면 조세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소득세도 능력에 맞게 소득이 많은 사람이 부담을 더 하는 게 당연한 만큼 손질을 검토해 봐야 한다. 현행 1억 5000만원 이상의 소득을 버는 사람에게 적용하는 38%의 소득세 최고세율도 아예 새로운 구간을 만들거나 최고세율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증세가 필요하다면 서둘러야 하며 큰 방향은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하는 ‘부자 증세’가 조세 정의의 원칙에 부합한다고 본다. 정부 여당 내 일부 인사가 세목을 신설하거나 세율을 인상하지 않아서 증세가 아니라는 한심한 해명을 아직도 반복하고 있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일이다.
2015-01-22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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