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의 정치 중립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다. 선관위 노조의 상급기관인 전국민주공무원노조(민공노)가 지난달 통합공무원노조 결성에 이어 다음 달 민주노총에 가입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선관위 노조는 자연스레 민주노총의 하부 노조가 된다. 각종 노동현안을 넘어 선거 현장에서 선관위 직원들이 민주노총의 지침에 따라 움직이는 해괴한 상황이 연출될 수도 있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창립선언문 등을 통해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를 표방하고 있는 집단이자 민주노동당의 실질적인 모태(母胎)다. 엄정한 정치 중립을 위해 국가 독립기구로 설치된 선관위의 직원들이 민주노총의 적극적인 정치활동과 선거개입에 휘둘리게 된다면 공정하고 중립적인 선거 관리는 뿌리째 흔들리게 된다. 선관위 노조원은 전체 6급 이하 일반직 직원 1803명 가운데 99%인 1786명에 이른다. 선관위의 손과 발인 이들이 전국 각지의 선거현장에서 민주노총의 지침을 받아 선거 관리를 하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선거관리위원회법은 선관위의 정치중립을 위해 제4조와 제9조 등에 각급 선관위원의 정당 가입 금지를 명시해 두고 있다. 그러나 정작 선관위 직원들의 정치행위 금지에 대해서는 단 한 줄도 명시돼 있지 않다. 그저 공무원법을 준용하고 있을 뿐이다. 선관위 노조가 지난해 7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비난하는 정치색 짙은 신문광고를 내고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았다는 사실은 독립기구라는 간판 아래 그동안 선관위가 정치중립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음을 보여준다. 심판이 특정 팀의 모자를 쓰는 순간 경기는 이미 경기가 아니다. 선관위 직원들의 정치중립을 담보할 입법에 즉각 나서야 한다.
2009-10-07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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