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분야의 구조조정이건 반발과 로비에 슬기롭게 대처하지 못하면 허울뿐인 결과가 나오기 십상이다. 정부가 수년 전부터 강조해온 대학 구조조정도 마찬가지다. 특혜를 베풀듯 허가를 남발할 때는 좋았는데 통폐합하려니 보통 힘든 일이 아니다. 이제는 시간이 없다. 대학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한국의 국가경쟁력은 선진국에 올라서지 못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어제 국립대학 구조개혁안을 발표했다. 3개 이상의 국립대간 연합을 독려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정부는 2005년부터 2개의 국립대를 하나로 통합하는 방식으로 15개 이상 국립대 숫자를 줄이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주도권 다툼 등으로 9개 대학을 줄이는 데 그쳤고, 통합합의 이후에도 구성원들의 반발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런 점에서 3개 이상의 대학이 각각의 캠퍼스를 유지하면서 연합체 형태로 출범했다가 3년 이내에 단일법인으로 전환하는 방안은 추진할 만하다. 연구중심대학(UC), 학부중심대학(CSU), 2년제 단과대학(CCC)으로 나뉜 미국 캘리포니아주 모델이 정착되면 우리 대학교육을 한단계 끌어올릴 수 있다.
교육당국은 재정지원만으로 획기적인 구조개혁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직접 중재와 설득 등 몸으로 뛰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유사·중복 영역의 통폐합이나 캠퍼스별 특성화에서 또다시 대학이기주의가 생겨날 게 틀림없다. 그런 갈등을 어떻게 조정하느냐에 따라 국립대 구조조정의 성패가 갈린다. 교과부는 앞서 사립대 구조조정 추진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국립대 개혁에서 모범을 보여야 사립대 구조조정도 탄력을 받는다. 2012년부터는 고교 졸업자 숫자가 급격히 줄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도 일부 대학은 입학정원의 절반을 채우지 못하는데 구조조정을 제때 하지 않으면 어찌될지 불을 보듯 뻔하다. 교육당국은 스스로 명운을 걸고 대학 구조조정에 매진하기 바란다.
2009-08-1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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