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지난해 방영한 자연 다큐멘터리 ‘환경스페셜-밤의 제왕 수리부엉이’(1TV)가 인위적으로 연출된 화면을 내보낸 것으로 밝혀졌다. 조류학자 윤무부 교수가 입수한 촬영 테이프에 따르면 수리부엉이의 사냥 장면 일부는 자연상태에서 찍은 게 아니라 먹잇감인 토끼를 묶어놓고 수리부엉이가 진짜로 사냥하는 것처럼 연출한 것이 분명해 보인다.
사실성이라는 다큐멘터리의 기본 정신을 정면으로 위배한 KBS의 반윤리적 제작 행태는 지탄받아 마땅하다. 그럼에도 제작진은 “조작이라는 말은 인정할 수 없다.”고 강변한다. 시청자를 두번 우롱하는 셈이다. ‘한국인의 중심채널’을 자임하는 공영방송의 일원으로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KBS는 1998년에도 수달 다큐멘터리 조작 파문을 일으켰다. 영국 BBC처럼 다큐멘터리 제작상 불가피하게 극적 재구성이 이뤄질 경우 시청자들이 반드시 알 수 있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갈 데까지 간 막장 드라마에 ‘사이비’ 다큐멘터리까지 버젓이 전파를 타고 있으니 요즘은 TV 보기도 겁난다. 지난주 방영된 SBS 오락프로그램 ‘놀라운 대회 스타킹’은 일본 동영상을 그대로 베껴 말썽을 빚기도 했다. 시청률 지상주의의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방송사들의 조작·표절 행태는 근절되기 어렵다. 케이블TV 등과 달리 온 국민에게 열려 있는 공공재의 성격을 띠는 지상파 방송은 한층 높은 도덕성이 요구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잣대를 보다 엄정히 적용해 다시는 진실을 연출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2009-07-24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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