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침체에 빠진 한국 영화계에 서광이 비쳤다. 제작비가 상대적으로 또는 절대적으로 적게 든 영화가 잇따라 흥행몰이를 한 것이다. ‘과속 스캔들’은 관객 700만 고지를 거뜬히 넘어선 데 이어 9일쯤이면 800만명을 돌파하리라고 예상된다. 이 영화의 흥행 성적은 역대 한국영화 가운데 이미 8위를 확보했다. 다큐멘터리인 ‘워낭소리’도 19일만에 10만 관객을 끌어모아 영화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저께 개봉한 ‘낮술’ 또한 관객과 평단 양쪽으로부터 격찬을 받고 있어 흥행에 호성적이 기대된다.
이 세 영화에는 몇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가 돈을 적게 들였다는 점이다. ‘과속 스캔들’의 순수 제작비는 25억원으로, 지난해 순수 제작비 평균치(저예산영화 제외)인 30억 8000만원에 6억원가량 모자란다. 더군다나 ‘워낭소리’는 1억원, ‘낮술’은 불과 1000만원을 들여 만든 작품이다. 세 영화는 또 신임감독의 데뷔작이라는 공통점을 가진다. 이밖에 ‘과속 스캔들’이 정통 코미디물이라는 사실을 제외하면 ‘워낭소리’는 다큐멘터리, ‘낮술’은 실험영화에 가까운 독창적인 작품이라는 면에서 한국영화의 외연을 크게 넓혔다고 치하할 만하다.
한국영화는 2006년 점유율 63.8%로 정점에 올라선 뒤로 침체의 늪에 빠져 지난해에는 점유율이 42.1%에 그쳤다. 관객 수도 전년보다 5% 줄었다. ‘과속 스캔들’과 ‘워낭소리’의 성공은 재능있는 젊은 감독에게 다양한 기회를 주어야 한국영화가 살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영화를 사랑하는 이라면 어찌 이들에게 박수를 보내지 않겠는가.
2009-02-07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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