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당한 공무수행’ 판단 성급하다

[사설] ‘정당한 공무수행’ 판단 성급하다

입력 2009-01-24 00:00
수정 2009-0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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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용산참사 당시의 경찰진압에 대해 ‘정당한 공무수행’ 쪽으로 기우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진압작전 이전에 백동산 용산경찰서장이 해산을 권유했는데도 농성자들이 화염병을 던지며 저항했으므로 정당한 공무집행이 아니냐는 것이다. 그렇다면 경찰에 격렬하게 저항하기만 하면 시위대나 경찰관이 다치거나 말거나 강제 진압할 수 있다는 말인가.

경찰이 시위 현장을 진압할 때 수칙을 지켜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야 시위대와 경찰관의 생명을 지킬 수 있다. 그런데 용산참사 현장에서는 화염병과 시너 등 치명적 위험물질이 가득한데도 강제 진압에 나섰다. 추락 등 안전사고에 대비한 에어매트도 턱없이 부족했다. 유류 화재 진압에 필요한 화학소방차는 배치조차 하지 않았으며, 물대포를 쏘아 화재를 키우기까지 했다. 그렇게 해서 6명이 사망하고 20명 이상이 다쳤는데 정당한 공무수행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가. 기본수칙을 지키지 않았다면 지휘책임이 있는 경찰관은 사법처리하는 것이 마땅하다. 1989년 6명의 경찰관이 숨진 동의대 사건에 대한 법원의 판결에서도 경찰의 협상노력과 진압작전 미숙, 작전의 시급성 등이 쟁점이었다.

민간조사기관인 사회동향연구소는 그제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긴급전화여론조사를 한 결과, 60%가 무리한 진압을 한 경찰의 책임이 더 크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법치를 앞세운 공권력의 일방적 논리는 설득력을 얻지 못한다. 정부는 용산참사 책임자들의 인책을 늦출수록 사태 수습에 악영향을 미칠 뿐이라는 것을 깨닫기 바란다.



2009-01-24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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