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주석의 서울살이] 서울 고향 만들기

[노주석의 서울살이] 서울 고향 만들기

입력 2017-09-15 17:56
수정 2017-09-15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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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주석 서울도시문화연구원장
노주석 서울도시문화연구원장
서울에 산 지 꽤 됐지만 내가 아는 서울 사람 칠팔할은 지방 출신이다. 서울에서 태어났어도 본적은 십중팔구 지방이다. 조부모 윗대가 서울 태생은 드물다. 어림짐작은 수치로 뒷받침된다. 2004년도 서울시 조사에 따르면 삼대째 내리 서울에 살고 있는 서울 사람은 100명 중 5명에 못 미쳤다. 아마 지금은 3%대로 내려갔을지 모른다. 이대째 거주자는 열 명 중 셋이고, 당대 거주자는 열 명 중 여섯 정도였다.

1000만명이 사는 거대 도시에서 삼대 이상 뿌리내리고 사는 사람이 드문 게 정상일까? 비정상일까? 둘 다 해당될 것 같다. 서울은 무려 2000년의 연식을 가진 오래된 도시이지만 마일리지는 100년에 불과한 신생 도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개화기 이후 서울은 지구상에서 가장 다이내믹한 도시였다. 경천동지할 변화가 지문(地紋)마저 지웠다.

원주민을 찾아내기란 낙타가 바늘구멍 뚫기다. 그래서 소설가 김훈은 ‘서울은 만인의 타향’이라고 읊었고, 이균영은 ‘서울은 원주민이 없는 낯선 도시’라고 선언했다. 서울은 누구의 고향도 아닌 이방인의 도시다.

“서울 사람이란 누구이며, 어디로 갔나”라는 의문은 “서울이란 무엇이며, 왜 서울인가”라는 물음보다 답하기 어렵다. 서울이란 도시의 층위와 시공간에 대한 연구 실적은 쌓이고 있지만 정작 이 공간의 주인인 서울 사람에 대한 제대로 된 본격 저작물은 본 적이 없다.

서울역사편찬원에서 완간한 ‘서울2천년사’ 40권 중에도, ‘서울문화마당’ 11권 중에도 서울 사람 편은 없다. 서울의 역사, 문화, 정치, 행정, 의·식·주, 관·혼·상·제를 두루 살펴보려면 서울 사람에 대한 정의와 기준부터 제시돼야 하는데 객들만 요란하다.

글로벌 도시에는 그 도시민의 멤버십을 나타내는 별칭이 있다. 뉴욕에는 뉴요커가 있고, 파리에는 파리지앵, 런던에는 런더너, 도쿄에는 에돗고가 있다. 서울 사람의 별칭으론 서울토박이, 서울내기, 서울깍쟁이가 쓰인다. 서울라이트, 서울메이트, 서울러 같은 영어식 별칭도 있지만 보편적이지 않다. 일부에서 애착을 갖는 서울토박이의 경우 ‘토박이’가 서울 사람을 특정하지 않는다는 흠결이 있다. 서울 사람의 정체성을 찾으려면 특유의 색깔이나 향기가 담긴 별칭부터 정해야 하는 것 아닐까.

서울에서 태어나 사는 사람이 서울 인구의 절반을 넘었다. ‘메이드 인 서울 시대’의 개막이다. 서울 사람에 대한 정의가 별건가. 서울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다. 태어나진 않았지만 정 붙이고 사는 사람이면 된다. 그들에겐 서울이 고향이다. 케케묵은 기준이나, 본적 따지기가 서울 사람을 실향민으로 만든다.

와중에 서울을 고향으로 여기는 사람이 늘고 있어서 다행이다. 2003년 60%대에서, 2013년에는 80%대로 껑충 뛰었다고 한다. 서울에서 태어나 사는 15세 이상의 고향 인식도가 높고, 서울에서 태어나지 않아도 열 명 중 일곱 명은 서울을 고향으로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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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16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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