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영숙 칼럼] 국가 경쟁력 높이려면

[임영숙 칼럼] 국가 경쟁력 높이려면

입력 2004-10-21 00:00
수정 2004-10-21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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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숙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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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경쟁력 보고서에 대한 정부의 일차적인 반응은 본질적인 것보다는 사소한 문제에 집착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한국의 경쟁력 순위가 지난해보다 11단계나 떨어진 29등에 불과하다는 보고서 내용에 충격을 받은 것은 이해할 수 있다. 게다가 이 수치가 마치 참여정부 성적표인 양 몰아붙이는 일부 언론의 보도태도에 불쾌했을 수도 있다. 더욱이 경제위기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이 우리 경제를 실제로 더욱 악화시키는 부작용을 막을 필요도 있었을 터이다. 그렇더라도 경제부총리를 비롯, 정부 당국자들이 보고서의 신뢰도만 물고 늘어지는 듯한 모습을 보인 것은 믿음직스럽지 않다.

국가경쟁력 순위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다. 최근 몇년간 한국경쟁력 순위를 각 기관별로 비교해 보면 그 편차가 얼마나 큰지 확인할 수 있다. 심지어 2003년엔 국제경영개발원(IMD)이 한국의 국가경쟁력을 전년도보다 8단계 떨어진 것으로 평가했는데 WEF는 오히려 7단계나 올라간 것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평가기관마다 객관적인 통계지표와 주관적인 설문조사를 병행하며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가중치를 부여하는 등 새로운 평가방식을 계속 개발하고 있지만 자연과학 분야의 연구처럼 정밀한 결과를 기대할 수는 없다. 어떤 국가경쟁력 평가도 불완전한 데이터나 분석적 오류가 없는 완벽한 것일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경쟁력 평가가 해마다 발표되고 주목을 받는 것은 각국의 경제정책 수립과 해당국가에 대한 투자 결정에 도움을 주는 시사점을 거기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WEF 보고서에 나라가 금방 망하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 필요도 없지만 신뢰성에 문제가 많다며 마냥 무시해서도 안 되는 이유다. 그런 점에서 19일 노무현 대통령이 조사결과의 현실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한 것은 주목된다.

이제 한국의 국가경쟁력을 어느 부분에서 어떻게 강화해야 할 것인가 면밀한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WEF순위에서 한국의 국가경쟁력을 가장 많이 깎아내리는 악성 지수는 민간분야의 여성고용(102위), 외국노동자 고용의 용이성(99위), 입법기관의 효율성(81위), 은행 건전성(77위), 농업정책 비용(77위) 등이었다. 교육경쟁력, 노사관계, 부패문제도 한국 경쟁력 하락의 주요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올봄 IMD순위에서 한국 대학교육의 질은 끝에서 두번째인 59위였다. 최하위권에 머무는 이런 분야들을 방치하는 한 우리 국가경쟁력을 높이기는 어려울 것이다.

반면 1위인 핀란드를 비롯, 상위권의 스웨덴(3위) 노르웨이(6위) 등 북구 국가들의 여성지위가 높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 크다. 여성의 정치적 경제적 참여 지수를 나타내는 유엔개발계획의 여성권한척도(GEM)에서 노르웨이와 스웨덴이 각각 1·2위인 반면 한국은 최하위권인 68위에 불과하다는 사실과 국가경쟁력 차이는 무관하지 않은 것이다. 또 북구국가들의 부패지수가 매우 낮고 국민 학습권이 적극 보장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특히 지난 2001년부터 올해까지 3번째 국가경쟁력 1위를 차지한 핀란드는 2000년부터 국제투명성기구의 ‘부패없이 깨끗한 나라’ 연속 1위국가이다. 또 핀란드의 세계1위 경쟁력 비결은 ‘교육’이라고 타리아 할로넨 대통령이 지난해 말했다. 고교등급제로 소모적인 싸움을 하고 있는 우리와 핀란드를 한번 비교해 볼 만하다.

국무조정실에 국가경쟁력분석협의회가 설치돼 있지만 국가경쟁력은 지표관리만으로 높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단기적인 지표관리보다 장기적인 국가경쟁력 제고방안을 세우고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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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ysi@seoul.co.kr
2004-10-2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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