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균미 칼럼] ‘여가부 폐지 논란‘ 유감

[김균미 칼럼] ‘여가부 폐지 논란‘ 유감

김균미 기자
입력 2021-07-07 19:48
수정 2021-07-08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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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균미 대기자
김균미 대기자
여성가족부 폐지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제1 야당인 국민의힘의 대선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과 하태경 의원이 지난 6일 나란히 ‘여가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놓았다. 이준석 대표도 “후보 되실 분은 폐지 공약은 되도록 제대로 냈으면 좋겠다”고 밝히며 힘을 실었다. 포털 사이트는 찬반으로 뜨겁다.

4년 전에도 여가부 폐지를 공약했던 유 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인구 절반이 여성이고 정부 모든 부처가 여성 이슈와 관련 있다”면서 “여가부라는 별도 부처를 둘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여가부 장관은 정치인이나 대선캠프 인사에게 전리품으로 주는 자리에 불과하다”며 대통령 직속 양성평등위원회를 설치해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으면 된다고 덧붙였다. 하 의원도 “현재 여가부는 사실상 젠더갈등 조장부가 됐다”면서 여가부를 폐지하고 대신 대통령 직속 젠더갈등해소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말했다.

두 사람 모두 여가부의 역할과 위상을 문제 삼고 있지만 4·7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승리와 30대 이준석을 당대표로 선출한 20대 남성의 표심을 잡겠다는 정치적 계산이 훤히 보인다. 더욱이 유 전 의원이 “(여가부 폐지로) 타 부처 사업과 중복되는 예산은 의무복무를 마친 청년들을 위해 쓰겠다”는 대목에서 취지의 진정성을 의심케 한다.

여가부 폐지 주장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001년 1월 여성부가 신설됐다 여성가족부로 확대됐다. 2008년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과 한나라당이 폐지하려고 했다가 여성부로 축소했지만, 2010년 다시 확대됐다. 2017년 대선 당시 유 후보만 빼고 문재인, 홍준표, 안철수, 심상정 대선후보는 여가부 폐지에 반대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을 계기로 2020년 청와대 국민청원에 여가부 폐지가 올라왔다.

이번 여가부 폐지 논란의 원인은 이전과 차이가 있다. 여가부 차관을 지낸 A씨는 지난 4년 동안 권력형 성범죄가 많이 발생했는데 여가부가 침묵한 게 비판적 여론을 키운 직접적 원인이라고 했다. 피해자 중심 정책을 펴는 부처에서 본연의 역할을 못 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유 전 의원도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의 권력형 성범죄에 대해 당시 여가부 장관이 “국민들이 성인지를 집단 학습하는 기회”라고 말하고, 여성권익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꼭 집어 비판했다. 그렇다고 장차관의 부적절한 대응이 부처 폐지의 이유일 수 있나.

여가부는 올해 20년 된 부처다. 그동안 호주제 폐지와 성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법, 디지털 성범죄 근절대책, 가정폭력 대책, 학교밖 청소년과 다문화가정 지원, 한부모 양육비 이행 강화, 경력단절여성 지원과 공공기관의 여성 대표성 강화 등 적지 않은 성과를 냈다. 다만 일반인들이 잘 체감하지 못한다. 그래서 여가부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비난이 반복된다. 문재인 정부는 성평등 정책에 성과를 거뒀다고 자부하지만 정작 20대 남녀는 매우 비판적이다.

이번 여가부 폐지 논란은 여가부에 이 같은 현실을 직시하고 정책 목표와 현실의 간극을 메워 나갈 실효성 있는 정책을 발굴, 추진해야 하는 과제를 던졌다. 여가부는 먼저 폐지 주장이 오래전부터 있던 것이라는 안이한 인식과 패배주의에서 벗어나 여가부의 존치 이유와 필요성을 증명해야 한다.

여성이나 성평등, 평등과 관련한 장관급 부처나 조직을 둔 나라는 한국만이 아니다. 유엔 회원국 중 97개국, 주요 20개국(G20) 중 독일과 이탈리아, 캐나다, 인도 등 10개국이나 있다.

20·30대 남성이 토로하는 불만과 불평등과 달리 우리 사회는 취업과 승진, 임금, 돌봄 노동 등에서 남녀 차이가 여전히 크다. 맞벌이 부부 중 부인의 가사노동은 남편의 4~5배이고, 20대 여성의 대학진학률은 또래남성보다 8% 포인트 높지만, 취업률은 또래남성보다 20% 포인트 낮다. 여가부가 아직은 할 일이 많고, 야당 대선주자들이 주장하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로는 턱도 없다. 수많은 대통령 직속 위원회가 제 역할을 못하고 반짝했다가 유명무실해졌다. 부처 이름이 문제라면 포괄하는 명칭으로 바꾸고, 차제에 부처간 업무조정으로 정책효과를 높이는 방안을 논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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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08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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