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서울시 재산세 공동과세, 전국에 확대하면 어떨까/강국진 사회정책부 차장

[데스크 시각] 서울시 재산세 공동과세, 전국에 확대하면 어떨까/강국진 사회정책부 차장

강국진 기자
강국진 기자
입력 2021-12-09 20:32
수정 2021-12-10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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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국진 정치부 차장
강국진 정치부 차장
저녁 모임 약속 장소가 하필 서울 지하철 논현역 근처였다. 운동도 할 겸 삼성역에서 내렸다. 강남역을 거쳐 논현역까지 5㎞가량을 걸었다. 테헤란로와 강남대로가 낯설게 느껴지는 건 평소 강남구에 갈 일이 많지 않기 때문만은 아니다. 구획 정리가 잘돼 일직선으로 쭉 뻗어 있고 넓은 길 양옆으로 가로수처럼 늘어서 있는 고층빌딩에서 내뿜는 조명을 보고 있으면 과연 ‘강남 공화국’이란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닌 듯하다.

1990년대 재임했던 서울 강북 지역 구청장 일화를 들은 적이 있다. 그 구청장은 연말만 되면 빈 트럭을 몰고 강남구로 향했다. 연말마다 보도블록 교체공사가 많던 시절이다. 강남구에서 교체한 보도블록을 트럭에 한가득 실어 왔다. 물정 모르는 주민들은 무척이나 좋아했다고 한다. 이렇게 품질 좋은 보도블록을 어디서 구해 왔단 말이냐, 능력 있는 구청장 덕분에 우리 동네 길바닥이 빛이 나는구나.

대한민국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양극화라고 한다. 그중에서도 지역격차로 인한 양극화가 아닐까 싶다. 수도권과 비수도권만 그런 것도 아니다. 서울에서도 강남과 강북은 말 그대로 딴 세상이다. ‘영등포 동쪽’이라며 영동으로 두루뭉술하게 불리던 시골 마을이 ‘강남’이 된 건 강남구 주민들이 더 똑똑하거나 성실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경인선과 지하철 1호선 축을 고려했다면 강서구·구로구가 강남이 될 수도 있었다.

결국 강남구를 만든 건 8할이 중앙정부가 쏟아부은 엄청난 예산이 아닐까 싶다. 당장 서울지하철과 GTX 노선도만 봐도 이곳이 어떤 대접을 받는지 알 수 있다. 그 결과는 지방세수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2007년 재산세 세입을 보면 강북구 175억원, 강남구 2560억원이었다. 2020년엔 298억원과 6512억원으로 21.8배까지 벌어졌다. 그나마 재산세 50%를 서울시에서 거둔 뒤 균등배분하는 ‘재산세 공동과세’ 덕분에 5배로 줄어든다.

부산 센텀시티, 인천 송도·청라국제도시를 가 보면 딱 강남구 같은 느낌을 받는다. 말 그대로 천지개벽을 했다. 하지만 개발로 얻은 과실을 부산과 인천 시민이 골고루 누리진 못한다. 인천 연수구·서구나 부산 해운대구 같은 극히 일부 지역에만 돌아간다. 지난해 결산 기준으로 부산 해운대구와 영도구의 지방세입 규모는 7배, 인천 서구와 옹진군은 10배 차이가 난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한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해 최근 화두가 되는 게 광역경제권 혹은 메가시티다. 필연적으로 거점 개발을 지향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특정 지역만 혜택을 보고 나머지 지역이 소외된다면, 혜택을 함께 나누는 장치가 없다면 갈등은 불 보듯 뻔하다.

현재 서울시에서만 시행하는 재산세 공동과세를 모든 시도에 적용하도록 지방세기본법을 개정하는 게 작은 출발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해운대구에서 거둔 재산세 절반을 부산·울산·경남 전체에 균등배분하는 ‘광역경제권 공동과세’도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최근 마강래 중앙대 교수가 쓴 ‘부동산, 누구에게나 공평한 불행’에서 제안한 것처럼 재산세를 국세로 전환한 다음 전액 교부세로 전국 지자체에 균등배분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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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거나, 배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못 참는다는 속담은 동서고금의 진리를 담고 있다. 개발되는 곳과 그러지 못하는 곳 사이에 과실을 나누지 못한다면 광역경제권 구상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광역경제권 구상이 실패하면 지방 소멸도 막을 수 없다. 지방 소멸 뒤엔 수도권 붕괴가 기다리고 있다. 더불어 행복하지 못하면 누구도 행복하지 않다.
2021-12-1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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