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숙 칼럼] 거짓말하는 정치인, 귀가 조치해라/대기자

[최광숙 칼럼] 거짓말하는 정치인, 귀가 조치해라/대기자

최광숙 기자
최광숙 기자
입력 2023-06-06 00:34
수정 2023-06-06 0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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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슨과 트럼프, 도청·성추행보다
거짓말 용납 않는 풍토에 철퇴
김남국 거짓 해명 감싸는 민주당
‘거짓말=정치 추방’ 원칙 세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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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광숙 대기자
최광숙 대기자
외교가의 살아 있는 전설이라 불리는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은 최근 저서 ‘리더십’에서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을 현대사를 이끈 리더 6명 중 1명으로 꼽았다. 중국과의 수교, 베트남전쟁 종식 등 냉전의 정점에서 기울어 가는 세계를 재편한 외교적 성과를 높이 평가했다.

하지만 키신저가 닉슨을 미국 역사상 가장 논란이 많은 대통령이자 사임을 요구받은 유일한 대통령이라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은 바로 ‘워터게이트 사건’ 때문일 것이다. 당시 미국 의회와 국민은 닉슨이 야당 선거사무실을 도청한 사실보다 수습 과정에서 비위 사실을 은폐하고 뻔뻔한 거짓말을 늘어놓은 것에 더 분노했다. 민주주의의 본산인 미국 사회가 정치인 등 공인의 거짓말을 결코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 준 대표적 사례다.

얼마 전 내년 미국 대선 출마 선언을 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에 악영향을 미칠 제대로 된 ‘한 방’을 먹은 것도 거짓말 때문이다. 27년 전 그의 성범죄 의혹에 대한 민사소송에서 500만 달러 배상 판결이 나왔는데, 소송의 발단이 된 성추행에 대한 배상액(202만 달러)보다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로 이어진 거짓말로 인한 명예훼손 배상액(298만 달러)이 훨씬 더 많이 책정됐다.

트럼프는 소송이 제기되자 “생판 모르는 여자”라고 오히려 맹공을 퍼부었는데, 이런 거짓말이 괘씸죄에 걸린 것이다. 트럼프와 관련된 성추문은 그동안 여러 차례 있었지만 양심을 속이는 거짓말이 법원에서 철퇴를 맞은 것은 처음이다. 거짓말에 관한 한 무관용이란 미국 사회의 확고부동한 원칙을 재확인한 것이다.

지난해 7월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의 불명예 퇴진도 거짓말 논란이 결정타였다. 그는 성추문 전력이 있는 인사를 보수당 원내부총무로 임명하면서 ‘성추문 사실을 알았냐’는 추궁에 수차례 말을 바꾸고 거짓 해명을 하면서 궁지에 몰렸다.

선진국에서는 정치인이 거짓말을 할 경우 여지없이 정치적 생명이 끝난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 우리 국민은 100억원대 코인 투자 논란으로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남국 의원의 거짓말 퍼레이드에 인내심을 시험 중이다. 매일 라면만 끓여 먹고 구멍 난 운동화를 신는다며 ‘가난팔이’를 했던 그의 거액 코인 보유 논란은 희대의 거짓과 위선의 삶을 여지없이 보여 준다. 그가 해명 과정에서 말한 코인 투자금과 종류·개수, 매입·매도 시기, 현금화 여부 등 어느 것 하나 아귀가 맞는 게 없다. 그런데도 그는 “한동훈 검찰의 작품”, “정치 탄압”이라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고 하고 있다.

김 의원의 거짓말도 문제지만 그를 감싸는 민주당의 행태는 최소한의 정치적 책임은커녕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지경의 도덕적 파탄 상태를 보여 준다. 양이원영 의원은 “우리가 너무 깨끗한 척하면 오히려 그 기준으로 국민들에게 문제를 제기하는 정치적 집단으로 보일 것 같아서 더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개딸’로 불리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강성지지층은 “고통의 세월이 지나면 ‘민주당의 희망’이 될 것”이라고 했고, 5선 중진인 안민석 의원은 “거짓말을 안 할 친구”라며 그를 옹호했다. 조국 사태를 겪고도 여전히 거짓말도 내 편이면 눈감아 주는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번 일로 ‘진보는 깨끗하고 보수는 부패하다’는 도식이 여지없이 깨졌지만 자성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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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6-0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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