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칼럼] 노량진 컵밥/이인재 안전행정부 제도정책관

[옴부즈맨 칼럼] 노량진 컵밥/이인재 안전행정부 제도정책관

입력 2013-10-23 00:00
업데이트 2013-10-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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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재 안전행정부 제도정책관
이인재 안전행정부 제도정책관
취직을 조건으로 대출을 유도해 가로채는 사기범들에 걸려 청년 400여명이 50억원의 피해를 당했다는 내용의 보도(서울신문 2013년 10월 15일자 10면)를 보고 요즈음 취업난을 실감한다. 최근 인기 있는 수목드라마 ‘상속자들’에 나오는 가난한 여자 주인공은 과거 ‘캔디’ 캐릭터와는 달리 소리를 버럭 지른다거나 울고 싶을 때 울면서 스스로 해답을 찾아가는 모습은 ‘취업도 어렵고 취업한 후에도 크게 나아지지 않는 현실’에 대한 젊은이들의 공감을 사고 있는 것 같다(10월 14일자 20면).

올해 지방직 9급 공무원 시험에 사상 최대 인원인 27만명이 지원했고, 국가직과 지방직 공무원 응시자는 중복지원자를 포함하면 총 45만명에 이른다. 지금 이 시간에도 서울 노량진 공무원시험 학원가에는 이미 이곳의 명물이 된 2500원짜리 ‘컵밥’을 먹고 무릎 나온 추리닝 차림의 소위 ‘공시족’들이 넘친다. 이미 대학을 졸업하고 철이 들 대로 든 젊은이들은 장기간 취업준비를 지원해 주는 부모님에게 미안해서 제대로 된 식사조차 못 챙겨 먹는다.

공무원 시험 총 합격자가 2만명에도 못 미치는 현실을 감안할 때 공시족 중에서 합격하지 못하는 대부분의 수험생들은 결과적으로 수년을 허송하는 셈이니 그 사회적 비용은 실로 엄청나다.

국가직·지방직 시험 감독관 연인원 1만 2000명과 출제 및 시험지 인쇄비용 등 전체 소요비용 44억원에, 시험 준비생들이 준비에 쏟아붓는 연간 비용 6조원에다 기회비용까지 감안하면 사회적 비용은 더 커진다.

왜 이렇게 공무원 열풍이 불고 있을까. 한마디로 청년 일자리 부족과 취업난에 대한 불안 때문으로 생각된다. 공무원 시험은 기업체 채용과는 달리 스펙을 따지지 않으며 배경과 학벌을 묻지 않고 시험만으로 경쟁할 수 있어서 희망자들이 몰리고 있다. 부모들 또한 자녀들이 명예퇴직 위험과 노후설계에 대한 부담 및 출산·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이 없는 공무원이라는 안정적인 직업을 선호한다. 사회적 비용이 큰 공무원 열풍에 대한 대안이 민간기업과 공조직을 통틀어 취업과 일자리 문제를 종합적으로 해결하는 것이라고 볼 때, 이에 대한 책임은 정부와 기업, 그리고 사회 모두에 있다.

서울신문 지난 9월 27일자 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도 신규 일자리 창출을 위해 11조 8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청년실업 문제 해소를 위해 고3과 대학 3~4학년의 경우 직업훈련을 정규 교과과정으로 인정해주는 제도라든지, 사회복지 전담인력·소방공무원·교원들의 추가 채용, 사회서비스 일자리 확대 등 공공부문 일자리를 대폭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미래의 동량인 청년들의 실업문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따라서 서울신문은 청년실업과 공무원 시험 과열 문제에 대해 보다 많은 보도를 통해 국민 모두가 이 문제에 대해 더 진지하게 고민하는 기회를 확대해 주었으면 한다.

그러나 공시족 청년들에게도 하고 싶은 말이 있다. 공조직에도 단점들이 있고 이 세상에는 다양한 가치를 지닌 수없이 많은 직업들이 존재하며 직업은 자신들의 적성과 성격, 그리고 전문성에 맞게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달콤해 보이는 길보다는 큰 틀에서 자신의 인생행로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또 고민해 주었으면 한다.

2013-10-23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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