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칼럼]차가운 기사, 뜨거운 기사/심재웅 한국 리서치 상무

[옴부즈맨 칼럼]차가운 기사, 뜨거운 기사/심재웅 한국 리서치 상무

입력 2010-02-16 00:00
수정 2010-0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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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을 읽는 방법은 여러 가지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물론 종이신문을 펼쳐보는 것이다. 내 눈앞에 펼쳐지는 한 장의 세상. 매일 새벽에 집으로 배달되어 아직도 인쇄잉크 냄새가 나는 바삭바삭한 종이신문을 펼쳐 보는 독자라면 누구나 느끼는 기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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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웅 한국리서치 상무
심재웅 한국리서치 상무
그러나 종이신문만이 전부가 아니다. 다음 날 자의 신문이 궁금하면 서울신문의 인터넷 사이트를 둘러보거나 아이스크랩 사이트에서 훑어볼 수도 있고 네이버, 다음, 구글과 같은 포털사이트나 검색 사이트에서도 서울신문의 기사를 만날 수 있다.

애플의 아이패드가 출시되면 독자들은 이제 아이패드에서도 서울신문의 기사를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비슷한 무렵에 LG전자는 종이처럼 말아서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얇고 가벼운 디스플레이를 선보였다, 바야흐로 신문읽기의 진정한 혁명이 눈앞에 온 듯한 느낌이다.

이렇게 되면 종이라는 매체와 플랫폼에 상관없이 신문의 기사가 다양한 경로를 통하여 독자에게 전달되는 시대가 올 것이다. ‘미디어가 곧 메시지’라는 매클루언의 주장은 여전히 주목할 만하지만 동시에 동일한 콘텐츠가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독자에게 전달될 가능성도 열려 있는 셈이다.

그래도 신문은 좀 다르다. 신문은 무엇보다도 차갑다. 텔레비전의 전달이 좀 더 극적이고, 라디오가 퍼스널하며 친밀한 느낌을 준다면, 신문은 냉정하리만큼 차갑다. 일반적으로 신문의 기사는 객관적이고 중립적이며 기자와 기사, 기자와 취재원 간에 일정한 거리를 두는 것이 보통이다. 기사를 쓰는 기자의 보이스도 기사의 전면에 드러나지 않고 언제나 백그라운드에 머물러 있다.

간혹 예외는 있다. 서울신문이 최근에 ‘미소금융을 살리자’는 타이틀을 걸고 기획한 2월5일 자와 12일 자의 기사는 서울신문의 다른 지면 기사들과는 좀 다른 느낌을 준다. 이 시리즈는 한 번은 미소금융의 대출자를 다루었고, 두 번째 기사에서는 미소금융을 담당하는 상담역을 밀착하여 취재하였다.

이 기사가 서울신문의 통상적인 기사와 다른 점은 사람들의 사연과 전말을 스토리로 다루었기 때문이다. 독자들은 이 기사를 읽으면서 마치 텔레비전의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처럼 그 사람의 사연에 주목하기도 하고 공감하기도 하고 성원하기도 하는 경험을 맞본다.

이 시리즈와 대조적인 기사도 있다. 서울시 광진구 중곡동에 있는 국립서울병원의 이전문제가 21년 만에 해결되었다는 12일 자 26면의 기사는 국립서울병원을 둘러싼 갈등해결에 관해 발표된 보도자료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하여 작성된, 말 그대로 팩트만을 기술한 스트레이트 기사이다.

그러나 독자들은 궁금한 점이 많다. 주민들은 무엇 때문에 21년 동안 무엇을 그리도 반대하였을까? 해묵은 갈등이 이번에 해결된 사연은 어떤 전말인가? 이 기사에는 당사자인 중곡동 주민은 한 명도 인용되지 않았다. 갈등조정위원회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반대하는 주민들은 어떻게 설득하였을까? 여론수렴의 절차적 정당성은 어떻게 담보하였을까? 유사한 지역갈등으로 고민하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많은 관심이 있을 법한 주제인데도 기사를 전달하는 기자의 톤은 중립적이고 객관적이며 주제에 대하여 거리를 두는 통상적인 스타일이다.

두 기사는 아주 대조적이다. 미소금융을 다룬 기사에서는 사람이 있고 스토리가 있다. 반면에 국립서울병원을 다룬 기사는 사람이나 스토리가 드러나지 않고 객관적인 사실을 중심으로 작성한 기사이다. 신문이 본질적으로 ‘차가운 매체’이긴 하지만 스타일이 서로 다른 이 두 기사가 독자에게 주는 임팩트는 크게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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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에서 ‘팩트’ 중심의 ‘차가운’ 기사와 ‘스토리’ 중심의 ‘뜨거운’ 기사는 모두 필요하다. 문제는 차가운 기사는 너무 많고, 뜨거운 기사는 너무 적은 것이 아쉽다는 점이다.
2010-02-16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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