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서울대공원의 허황된 꿈보다 동물복지를/김성균 서울대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

[시론] 서울대공원의 허황된 꿈보다 동물복지를/김성균 서울대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

입력 2013-12-20 00:00
수정 2013-1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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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균 서울대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
김성균 서울대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
얼마 전 서울대공원에서 탈출한 호랑이에게 사육사가 물려 죽은 사건이 있었다. 사건 직후 서울신문 보도에 따르면 서울시는 2009년 서울대공원 재조성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국제현상공모전을 열었지만 사업의 현실성이 부족하고 입장료도 10배 이상 올려야 가능해 결국 포기했다는 것이다.

2002년 수의학과 교수 등과 함께 생태적이고 동물복지를 고려한 현실적인 동물원 계획안을 제출했다. 기존 동물원 시설들을 분석하고 미국 오마하 동물원 연수 체험과 세계적 동식물원 전문가, 관리인 및 이용자들과의 워크숍 내용 등을 토대로 했다.

하지만 2003년 새로 부임한 이원효 전 서울대공원 원장은 이 계획을 무시하고 2009년 서울시와 함께 ‘서울대공원 재조성을 위한 기본구상 및 타당성 국제현상공모’를 시행했다. 상금은 총 15억원(당선작 6억 5000만원)이었는데 공모운영비 등을 포함해 20억원가량 혈세를 쏟아부었다. 이 공모는 아이디어 공모로 실행하려면 다시 기본계획·기본설계 및 실시설계를 해야 돼 추가 비용이 많이 든다. 이는 2008년에 시행된 면적이 서울대공원의 70배나 되는 ‘새만금 종합개발 기본구상을 위한 국제공모’에 상금 총 1억 5000만원(당선작 5000만원)을 내걸었던 유사한 공모와 비교해 봐도 엄청난 규모였다. 상금이 많아야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이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후원한 현란한 전시행정의 결과였다.

현실성이 검증되지 않은 아이디어를 얻겠다고 동물원 1년 지원예산 30억원의 3분의2에 해당하는 혈세를 퍼부은 서울시가 예산이 없어 동물사의 잠금장치도 고치지 못해 호랑이가 탈출했다는 것은 이해가 안 된다. 무모한 예산 집행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서울시에 물어야 한다.

동물원 설계전문가의 관점에서 이번 동물원 사고의 원인으로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 서울대공원은 건설기술이 부족했던 70년대의 산물이다. 필요 이상으로 규모만 커 관람과 관리만 힘든 구조이며 동물들의 행태를 고려하지 않은 19세기형 철창식 전시방식이다. 따라서 동물들이 많은 스트레스를 받은 것이 호랑이 탈출의 원인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주로 행정직이던 서울대공원 원장 등 고위직의 전문성이 부족하고 동물의 행태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동물사육사의 비전문성도 문제이다. 셋째, 동물원에서는 모든 동물과 동물사에 대한 운영지침이 필수적인데 이것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고, 있어도 잘 지켜지지 않는 게 이번 사고를 부른 원인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개선 방안은 뭘까. 최근 동물원의 세계적 추세는 자연생태 서식지를 조성하여 그 속에서 동물을 관찰하는 방식으로, 동물복지가 우선이며 주요 동식물의 종 보존 역할을 하는 것이다. 서울대공원 재조성은 기존 시설을 잘 활용하고 보완하는 동물원 재생의 개념으로 세계적 동물원 추세에 맞춰야 한다. 이런 개념으로 작성된 2002년 생태동물원 기본계획안을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는 많은 동물원들이 있는데 유사한 동물들을 보유·관리하고 있다. 이는 국가적으로 예산 낭비일 뿐 아니라 다양한 동물 전문가를 모든 동물원에 똑같이 배치하기 어렵다. 또 전시내용이 비슷한 다른 동물원을 관람할 필요가 없게 된다.

합리적인 대안으로 우리나라 전체 동물원을 통합, 운영할 필요가 있다. 동물원마다 특화된 동물을 중점적으로 배치하고 이에 대한 연구·관리 전문가를 양성해 전문적 관리지침을 만들어 순회 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해야 예산절감 및 전문성이 확보되고 국민들은 여러 도시의 다양한 동물원을 찾아갈 필요를 느낄 것이며, 관람객 증가로 동물원 만성 적자도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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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20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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