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로의 아침] 주룽지와 아베 신조의 다른듯 같은 길/김규환 국제부 선임기자

[세종로의 아침] 주룽지와 아베 신조의 다른듯 같은 길/김규환 국제부 선임기자

입력 2013-04-18 00:00
수정 2013-04-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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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환 국제부 선임기자
김규환 국제부 선임기자
중국에서는 주룽지(朱鎔基) 전 총리가 가장 사랑받는 지도자로 꼽힌다. 경제에 대한 뛰어난 통찰력, 국궁진췌(鞠躬盡瘁·몸과 마음을 다해 힘쓰다)하는 철저한 공복 정신, “100개의 관(棺)을 준비해라. 99개는 부패 공직자의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내 몫”이라고 호통치며 부패와의 전쟁을 벌인 청렴성 등 국가 지도자의 덕목을 두루 갖췄다. 27년간 총리로 재직하며 국가 안정에 혼신을 바쳐 ‘영원한 총리’로 존경받는 저우언라이(周恩來)를 능가한다.

주룽지의 가장 큰 업적은 중국이 미국과 함께 세계 양강을 형성하는 ‘주요 2개국(G2) 시대’의 물적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그가 부총리에 취임한 1990년대 초반 중국 경제는 10% 안팎의 고성장이 지속됐지만 23%가 넘는 엄청난 인플레에 시달렸다. 그러나 ‘성장만이 살 길’이라고 외치는 최고 지도자 덩샤오핑(鄧小平)의 눈치를 보느라 아무도 제동을 걸지 못하는 바람에 경제는 혼란 속으로 빠져들었다. 이에 칭병(稱病)하고 쓰러진 리펑(李鵬) 총리의 대행을 맡은 주룽지는 경기 과열과 투기에 철퇴를 가하는 고강도 긴축정책을 실시했다.

경기가 진정 국면으로 들어서고 물가도 한 자릿수로 잡혀 안정을 되찾았지만 성장이 주춤거리자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장직까지 겸임한 그는 1994년 벽두 과감한 위안화 평가절하를 단행했다. 위안화 가치를 달러당 5.77위안에서 8.72위안으로 33%나 끌어내린 것이다. 그해 말 수출 증가율이 30% 치솟는 등 ‘위안화 매직’을 선보이면서 중국 경제는 고도 성장이 지속돼 승승장구했다. 이후 20년간 수출로 벌어들인 돈을 차곡차곡 쌓아 올린 중국은 미국 국채 보유 규모와 외환보유액이 각각 1조 달러, 3조 달러를 훌쩍 넘어 세계 1위의 ‘현찰 대국’으로도 발돋움했다.

일본에서는 아베 신조 총리에 대한 ‘용비어천가’가 소리 높이 울려퍼진다. 그는 ‘아베노믹스’라는 자신의 이름이 붙은 경제정책을 펼쳐 ‘잃어버린 20년’을 끝낼 채비를 하고 있다. “일본은행의 윤전기를 돌려서라도 돈을 무제한으로 찍어내 물가를 2%대로 끌어올리겠다”는 대담한 양적 완화 정책과 13조엔(약 148조원)이 넘는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경기부양책을 강력히 밀어붙였다. 아베가 취임한 이후 엔화 가치는 20% 가까이 떨어져 달러당 100엔 돌파를 앞두고 있고, 증시는 30% 이상 폭등했다. 그의 지지율도 70% 이상 고공 비행 중이다.

우리 상황은 어떤가. 북핵 위협이 최고조에 이른 와중에 8분기째 1% 미만의 저성장 기조가 이어지며 경기가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다. 한국은행은 금리 동결로 찬물을 끼얹고,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들은 가정주부들의 시장 보는 일까지 일일이 간섭하며 ‘내수 죽이기’에 골몰하고 있다. 새 정부가 두 달 만에 겨우 내놓은 17조원 규모의 추경안마저 서민예산이라고는 ‘쥐꼬리만큼 들어 있는’ 속 빈 강정이고, 이를 빌미 삼은 야당 측은 전면 거부할 태세여서 이달 내 국회 통과가 불투명해졌다. 경기부양책은 타이밍이 중요하다.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시기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실기(失機)하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 막는다.

khkim@seoul.co.kr


윤수혁 서울시의원, ‘제2회 대한민국 전통예술 대제전’ 축사… “무대를 완성하는 건 결국 객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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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4-18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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