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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미래창조과학부 논란에서 빠진 창조적인 것들/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시론] 미래창조과학부 논란에서 빠진 창조적인 것들/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입력 2013-03-05 00:00
업데이트 2013-03-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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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출범과 함께 논란의 중심이 된 미래창조과학부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창조경제론’이 담겨 있다고 한다. 언론통제 위험이 있는 부분만은 떼어 놓으라는 야당의 요구를 웬만하면 들어줄 만도 한데 4일 국민담화까지 하면서 “이 문제만큼은 물러설 수 없다”고 한 것을 보면, 박 대통령 의지의 강도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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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강형철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그러나 미디어는 정교하게 다루어야 할 영역이다. 독재정권이라면 이것을 예속시켜 선전수단으로 활용하면 된다. 하지만 민주정부는 이를 발전시켜야 함과 동시에 한 걸음 뒤로 떨어져 있어야 하는 ‘골치 아픈’ 의무를 갖는다. 정부가 직접 나서면 자원 분배 과정에서 부득불 언론통제 문제가 뒤따라오기 때문이다. 선진 각국은 이러한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독립위원회 모델을 활용한다. 속속 변화하는 전자미디어 현상에 대응하기에는 관료 조직보다 위원회 조직이 더 유연하다는 점도 고려됐다. 미국의 FCC, 영국의 Ofcom, 프랑스의 CSA 등은 모두 ‘규제’ 차원을 넘어 미디어 발전과 언론자유를 ‘진흥’하는 독립위원회들이다. 현재까지 여야 합의된 내용으로는 미래부가 방송통신기금을 관장한다. 방통위에 규제 기능을 넘기고 미래부가 진흥만을 맡는다는데, 유무형의 선택적 지원만으로 언론 통제력은 충분히 발휘될 수 있다.

산업적 가치에 따라 펼쳐질 미래의 길이 화려하게 보이는 만큼 미디어의 정치·문화적 가치 또한 여전히 생동적이다. 창조산업인 미디어는 본질적으로는 정체성의 표현 양식이며 소통(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이다. 이 때문에 미디어를 통한 사회통합의 문제를 산업 부서인 미래부가 다룰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영국도 융합기구 Ofcom을 출범시키면서 정치·문화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할 것을 법에 정해 놓았다. 시장원리에 의해서만 미디어를 다루면 참 편할 것이다. 그러나 정치·문화적 고려를 피하려는 것은 어려운 함수 문제를 놓아 두고 자신 있는 덧셈·뺄셈만 계속 연습하려는 대입 수험생과 같다. 그간의 논의는 공정성과 관계 있는 미디어와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는 데 집중했지만, 정작 필요한 것은 시장 영역에서 성장시킬 영역과 공공 영역에서 육성해야 할 영역을 구분하는 일이다.

창조경제가 무형의 자산, 즉 아이디어와 지식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점에서 미디어를 떼어 놓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관련이 있다는 것과 미디어 영역 모두를 창조경제 추진 부서로 가져가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관계 있으니 함께 모여야 한다”는 것은 창조적이지 않은 단순한 생각이다. ‘창조경제 구현’이라는 슬로건에 무조건 따라 달라고만 하는 방식으로 창조성은 계발되지 않는다. 창조경제는 기계, 정보통신기술(ICT), 농수산, 문화, 관광 등 모든 분야와 관련이 있는데 굳이 미디어만 ‘꼭 함께 가야’ 할 이유도 부족하다. 미디어 산업은 과학 및 ICT에 감히(?) 비할 수 없으리만큼 작은 규모이기도 하다. 미디어 영역의 창조경제론은 ‘개방, 공유, 제휴’라는 융합시대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신제도주의 이론’은 정부 조직도 여느 조직과 마찬가지로 변하지 않으려는 내적·외적 동인을 강하게 가지고 있다고 본다. 관성의 법칙을 깨기 위한 지난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 조직 개편은 실패하기 십상이다. 이번처럼 선진국의 사례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생경한 패러다임 변화 수준의 변화는 말할 것도 없다. 자칫하면 다른 부서의 기능을 이리로 옮기고 저리로 옮기고 하는 것으로만 끝나 버리고 말 것이 우려된다. 여야 협상도 최종적으로 케이블TV 방송국(SO) 관련법 제·개정권을 누가 가질 것인가의 단발적인 문제로 압축되고 말았다. 이제라도 ‘톱-다운’ 방식을 멈추고 사회 구성원들이 이에 대한 인식을 함께 고민하며 ‘미디어 미래창조’를 구성해 가도록 해야 한다. 과거 방송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를 만들기 위해 각각 수년씩의 범사회적 논의를 펼쳤던 것은 결코 ‘쓸데없는 소모’가 아니었다는 사실을 생각해야 하겠다.

2013-03-05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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