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여기] 도서관만 있다고 교양이 쌓이나요/강병철 사회2부 기자

[지금&여기] 도서관만 있다고 교양이 쌓이나요/강병철 사회2부 기자

입력 2012-10-27 00:00
수정 2012-10-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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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무거워졌다. 사서 아내와 만난 덕에 자연스럽게 독서 시간이 늘고, 결혼 전 조금씩 하던 운동도 싹 끊어 버렸기 때문이다. 휴일에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아내가 일하는 동네 도서관으로 간다. 그 매서운 시선을 느끼면서 열람실에 앉아 있자면 졸 겨를도 없이 활자에 집중하게 된다.

강병철 사회2부 기자
강병철 사회2부 기자
그런 학구열에 찬물을 끼얹는 건 아이들이다. 아이들이 도서관을 찾는 건 기꺼이 장려할 일이지만, 이 녀석들은 정말 매너가 꽝이다. 아이들은 발걸음도 힘차서 열람실 밖에서부터 등장을 예고하고, 열람실 안에서도 당당하게 휴대전화를 받는다. 그러면 아내를 비롯한 사서들은 “전화는 나가서 하세요.”, “학생들 조용히 해야죠.”라며 일일이 아이들을 타이르곤 한다.

결혼 전 다니던 도서관에서는 ‘빈자리 확보’가 사서들의 주요 업무였다. 달랑 연습장 한 권만 올려두고는 사라진 학생들 탓에 빈자리가 없으니, 시간마다 좌석을 점검하고 영역표시용 물품들을 걷으러 다니는 것이었다. 도서관에 자주 오는 어른들이라고 딱히 교양이 넘치는 건 아니다. 책 찢어먹고 오리발 내밀기, 하이힐 또각거리며 존재감 알리기, 열람실에 앉아서 노트북 두드리기 등 다양한 ‘진상 이용자’들은 어른들 사이에도 수두룩하다.

도서관 인프라는 계속 넓어지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030년까지 도서관 504곳을 확충해 총 1372곳으로 늘리겠다고 했다. 자치구 단위에서도 작은 도서관 활성화 사업을 벌이고,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이색 도서관들이 줄줄이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도서관 수준’이 아니라 ‘도서관 이용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장기적으로 우리 도서관 인프라에 걸맞은 이용자 수준을 확보하는 방법 중 하나는 사서교사 확충이다. 아이들은 체계적인 도서관·독서 교육을 통해 도서관에는 책만 있는 게 아니라 사람도 함께 있다는 걸 배워가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참담하다. 교육과학기술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임용된 사서교사는 딱 1명이다. 한 사서 구직 사이트에 올라온 댓글을 여기 인용할 만하다.

“달랑 1명이라니. 대통령 뽑냐.”

bck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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